조성헌 < 동호물산 고문 >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얼마전 한보와 삼미그룹 부도이후
금융산업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금융개혁위원회 연구결과를
토대로 금융산업의 "빅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 철폐와 금융 중개수수료 책정의 자유화가 그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한다.

금융기관들은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자금의 흐름에 개입, 시장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은행은 정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통화량 조절의 가장 중요한 도구
이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본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경제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은행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은행은 거시적으로 볼때 국민 경제안에서 빼놓을수 없는 존재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은행을 논할 때면 언제나 그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공공성을 띠는 금융기관이 부실해져 비상국면을
맞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금융개혁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6대 시중은행의 부실여신은 전체 여신의
14.3%인 23조3천억원에 이른다.

일본 등 선진국의 5~6%선에 비하면 부실여신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알수
있다.

스위스 로잔 소재 국제경영개발원(IMD)은 3월말 현재 46개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금융 국제화 인프라스트럭처 등 8개 항목에 걸쳐 국제 경쟁력을
잠정 추계해 평가한 결과 우리의 금융부문 경쟁력은 43위에 랭크됨으로써
한국의 전체 경쟁력이 31위로 떨어지게 하는데 정부부문과 함께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모든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경제를 앞서 이끌어 나가야 할 금융산업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낙후되게 된 근본요인은 높은 금리와 과다한 규제, 그리고 규제에
안주해서 그날 그날만을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경영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다가 정부가 은행의 인사에 개입하고 대출때 압력을 행사, 거액의
부실여신을 가져 온 주원인중 하나인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해외금융시장에서 추락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의
공신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1차적으로 은행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토록 하여야
한다.

부실점포 정리 기구 축소 경영 쇄신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함께 합병인수를 통한 금융기관 대형화및 업무영역 정비, 진입 퇴출규제
완화, 서비스 개선 등 과감한 금융산업개편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정부도 경제 논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과거 은행들이 정책자금
공급기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 거액의 부실채권의
족쇄를 푸는데 한국은행의 저리 특별 자금공급 등 상당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금융산업 빅뱅의 가장 중요한 방향은 경쟁원리의 도입
이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