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익 <제일금융연 연구위원>

금융시장의 개방과 자유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금융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금융기관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 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아 온 관계로 금융산업 중에서 가장 낙후된 업종이라는 오명이 말해
주듯이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여신관리의 후진성으로 대표되는 한보및
삼미사태까지 겹쳐 은행들의 부실여신 규모가 급증하면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의 부실여신(회수의문+추정손실)규모는 96년말
현재 총여신대비 0.9%인 2조1천억원에 이른다.

3개월이상 이자상환이 지연되고 있는 채권까지를 부실로 간주하고 있는
국제기준에 따를 경우, 국내 시중은행들의 부실여신 규모는 총여신대비
1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95년 기준 1.16%에 불과한 미국과 비교해 보면, 무려 8~9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의 부실여신 규모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은 기존
여신관리에 대한 대전환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은행 여신관리 효율화 방안을 먼저 은행의 조직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가장 우선적으로 요즘 많이 거론되고 있는 여신심사위원회와 운영과
여신관리와 관련된 책임과 권한의 과감한 하부 이양을 들 수 있다.

선진 은행들은 대부분 각 직급별로 취급할 수 있는 여신한도를 정하여
실질적으로 책임과 권한을 하부에 이양하고 있다.

또한 일정수준 이상의 여신은 반드시 여신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최근 한보사례에서 보았듯이 대부분
여신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도 않고 설사 운영하고 있더라도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여신결정이 실무자의 견해와는 달리 최고 책임자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좌우되므로 효율적인 여신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둘째는 전문직제의 신설과 적극적인 전문가의 양성이다.

요즘처럼 다원화된 사회구조에서는 한 사람이 다방면에 걸쳐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은 여신관리와 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해서도 선진국처럼 전문직 제도를 통하여 전문가를 양성하기보다는
순환근무제를 채택하고 있어 전문성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금융기법적인 측면에서는 기업및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 능력이 제고이다.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94년
44.8%에서 95년에 45.9%로 증가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신관행이
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로 바뀌고 있다.

또한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인하여 급증한 부실여신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은행들의 예에서 보듯이 담보의존인 여신관행은 지양되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은행들은 기존의 담보의존적이고 피상적인 신용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방문을 통한 분석과 보다 과학적인 신용평가기법의
개발을 통하여 신용평가능력을 한 차원 높여야 할 것이다.

둘째는 여신포트폴리오의 구성과 신용한도의 설정이다.

국내 은행들의 여신현황을 살펴보면, 각 산업과 개별 기업의 위험을
고려하여 여신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즉 현행 주거래 은행제도가 개별 기업적인 차원에서는 여신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신용한도 설정시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국내 은행들은 분산투자의 기본원리를 너무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는 여신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이다.

최초 여신을 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신용평가 못지 않게 중요한 여신관리
업무중의 하나가 사후관리인데 국내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를 너무 소홀하게
취급하는 것 같다.

이는 여신이 이루어진 후 그기업이 속한 산업과 기업 자체에 대한 동향
및 평가를 수시로 점검하여 미래의 예기치 않은 위험을 사전에 파악.관리
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은 이러한 분석을 소극적으로 해온 게
사실이었다.

한편 정부측면에서는 그 동안 직.간접적으로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과거 관행에서 탈피하여 앞으로는 은행의 경쟁력 회복 차원에서
은행 스스로 효율적이고 투명한 여신과리를 할 수 있도록 감독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출채권의 유동화 할 수 있는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었더라면
은행들은 위험분산을 위하여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여신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부실여신의 급증에 따른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바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여신관리가 은행 및 정부의
노력에 의하여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은행들의 수익성과 자산의 건전성은
크게 제고될 것이다.

이는 곧 BIS비율의 향상으로 이어져 현재 국제 신용도 하락으로
높은 Korean 프리미엄을 부담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의 국제적인 신뢰 및
경쟁력 회복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다른 산업 못지 않게 국.내외적으로 금융 Big Bang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한 적응력 제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