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고 자신이
말했던 것 처럼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보였다.

마치 부총리가 됐을 때를 대비라도 한듯 경제 각분야별로 현황과 문제점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현안과제를 풀어갈 기본적인 방향도 잡아놓고
있었다.

다만 정권말이어서 일정한 선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강부총리를 만나 성장둔화, 실업급증 등 어느곳 하나 시원치 않은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를 들어 보았다.

강부총리는 "어려울 때 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로 전체의
답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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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정만호 경제부장 ]

-바쁘시지요.

재정경제원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권한과 기능이 너무 몰려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내부통제도 잘되지 않아 보이구요.


"최소한 차관 한명은 더 있어야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그렇게 할수도 없고."


-결국 갈라놓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부 기능을 다른 부처에 넘기든지.


"문제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다른 할일이 많은데 재경원의 조직을 놓고 소란을 피울 수야 없지요.

새정부 출범이후 검토해야할 것입니다"


-규제완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사실 정부가 너무 크다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거든요.


"재경원의 분리여부보다는 정부와 기업간의 위상을 수평관계로 바꾸는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구조조정의 핵심입니다.

하반기들어 이같은 기본틀의 변화가 가시화될 것입니다"


-현안 모두가 어렵습니다만 당장 금융시장의 불안이 큰 걱정거립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잘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에요.

우선 환율만 하더라도 그렇고.


"요즘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요.

흔히들 한국은행이 환율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것 아니냐고 보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환율을 수출증대정책의 수단으로 쓸 생각이 없습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물가를 안정시킬 생각도 없고요.

환율은 외환시장의 가격인만큼 거기에서 결정되도록 놓아두어야 합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일정한 수치를 정해 관리할 의도는 없습니다.

어차피 2백억달러의 적자가 난다면 해외에서 돈을 빌려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에 장애가 되는 것은 터주면서 대응할 생각입니다.

환율의 수치가 아니라 외환자유화 금융산업자율화의 흐름을 보겠다는
것이지요"


-자금시장이 불안한데는 시장외적인 요인도 많습니다.

은행에 주인이 없어서 경영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경영을 잘못한 결과를 검찰이 수사로 판단하니 은행들이 몸을 사릴수
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시장경제질서의 기본은 기업자치,즉 자유와 책임입니다.

금융산업도 결국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발전해야 되겠지요.

시중은행도 주식회사인만큼 결국 주주들이 결정해야 합니다.

당장 그렇게 하면 재벌들이 은행을 다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는
합니다.

금융개혁위원회 쪽에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묘안을 모색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산업자본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입니까.

전임 부총리때까지만 해도 그부분은 명확했거든요.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는 안된다는 것이었죠.


"재벌은(은행의 주인이)된다 안된다는 논의는 은행 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낮아 대출받는 것이 특혜라는 발상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시장여건이 좋아지고 금융산업 개편을 통해 경쟁이 촉진되면
특정은행이 특정재벌에 저리의 자금을 마구 대주는 식으로는 은행이
살아남지 못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가야할 길이 보이긴 합니다만 경제력집중이나 고객보호
등의 문제가 있는만큼 금융개혁위원회의 방안을 보고나서 생각을
해볼까 합니다"


-역시 은행주인찾기와 무관치 않습니다만, 일부은행은 한번만 더
대형부도를 맞으면 위험해질 정도 입니다.

정말 흡수합병을 고려해야할 상태가 될수도 있구요.

하지만 의사결정을 할 주인이 없으니 부실은행이 생겨도 흡수합병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정부가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가 앞장서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할수 있겠습니까.

은행의 흡수합병에 정부가 개입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게임의 룰이 달라지면 이에따라 경쟁하고 살아남기위해 노력들을
하겠지요"


-게임의 룰이 만들어지기 전에 위험한 상황이 닥칠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을 겁니다.

과거 상업은행이나 조흥은행도 대형 사고로 위험한 상태가 됐었지만
지금은 정상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자구노력을 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 잘될수 있을 것입니다"


-은행이 어려워져도 좋아질 때를 기다리며 버티고 정부가 뒤에서 지원을
하는 관행이 지속되면 결국 국내은행에서 흡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기대난망이라는 얘긴데요.


"솔직히 말해 어느 은행이 누구와 합치느냐가 아니라 합병및 합리화의
틀을 만드는데 더 관심이 있습니다.

완전경쟁체제가 되고 개방이 진전되면 금융기관마다 살기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되면 주인찾아주기 합병등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결말이 나지
않을까요.

금개위안을 토대로 그같은 일이 나타날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최근에 강조하신 "인수합병(M&A)에 의한 구조조정"에 관해 재계에선
긴장을 하고 있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적대적 M&A로 소동을 벌인 뒤여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M&A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이것만이 해법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가지 말을 했는데 M&A부분을 민감하게 받아들인 결과로 보입니다.

그쪽에 특별한 생각을 갖고 얘기한 것은 아닙니다"


-어려운 난국을 풀어가는 해법으로 긴축을 택하셨는데, 세수 목표를
낮추고 예산도 절약하는 마당에 근로자에게도 근로소득세를 깎아주어서
긴축에 동참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번에 세수를 줄이면서 기업들엔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의 혜택을
주었거든요.


"이번 세수조정은 그 취지가 세금 감면으로 특정대상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있지 않습니다.

당초 예산편성보다 경제가 훨씬 더 어둡습니다.

세금을 거두는데까지 거두어 보고 그때가서 모자라서 애를 먹게 하는 것
보다 미리 적응하자는 것이지요.

세법개편이 아니라 세정활동을 통해 세수를 조정하는 것인 만큼
소득세법을 고쳐서 근로자들에게 감세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생활물가를 잡겠다고 강조하고 나서 며칠도 안돼 가스값을 대폭 올려서
원성이 많습니다.

정말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냐 하는 것이지요.


"에너지가격은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도 해야하고요.

LNG(액화천연가스)등은 도입가격이 올라 인상을 허용한 것입니다.

이를 반영해주지 않으면 안쓰는 사람들까지 결국 부담하게 되지요.

다만 같은 공공성격의 요금이더라도 가격인상요인을 흡수하려는 노력없이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형태의 인상은 막을 것입니다.

실제로 필요한 식생활비및 사교육비 등의 부담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안을
부처별로 만들 것입니다"


-경제지표중에 가장 걱정되는 게 역시 국제수지 적자입니다.

수입이 다소 줄겠지만 크게 줄지는 않을 것같고 수출도 시원치 않아
보이구요.

걱정입니다.


"경상수지적자가 늘고 있는 것은 지난 1~2년간 경제운용의 산물입니다.

지금 추진중인 대책의 효과는 내후년에나 나타나겠지요.

어려울수록 정공법으로 가야합니다.

우선 정부부터 씀씀이를 줄일수 밖에 없어요.

소비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만큼 수입수요에도 반영될 것입니다.

산업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이유가 한보와 같이 돈을 빌려서 장치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시스템은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꾸어야하지요.

중소기업이 지식.기술집약형태로 발전하게되면 투자액도 많지않고
부가가치도 높아 경제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될 거고, 수출도 다변화되면서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고용문제도 당장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물론입니다.

지식집약적인 분야의 창업이 중요합니다.

경영경험이 있는 분이 기업가로 변신할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무게를 두면서
노동시장에서 탈퇴하는 근로자들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도 강구중입니다"


-대기업들은 시장경제론자가 부총리가 됐다며 반색을 하더군요.

공정거래규정도 명분에 얽매인 것이 많습니다.

경제력집중이라는 논리는 이젠 낡은 논리 아닙니까.


"횡포방지나 집중완화보다는 경쟁촉진이 중요하지요.

세계경제가 개방체제로 돌입한만큼 시장지배적사업자에 대한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마켓을 볼때 독과점규제보다는 경쟁촉진에 중점이 두어져야할
것입니다.

대기업 문제를 곧바로 대응하는 것 보다 전반적으로 경쟁체제로 개편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면 재벌문제도 해결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재벌의 다른 문제점은 "원세트주의"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일등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기업은 사업의 격도 고려해야 합니다.

당연히 중소기업이 할 분야에 참여하는 것이 당장 돈벌이가 될지
모르지만 격이 떨어지는 행동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것도 어색하지 않습니까.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실력으로 뛸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세제 금융상의 지원을 통한 보호는 아닙니다"


-금융실명제를 결국 완화했는데요, 개선대책의 하나인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이 제대로 안된다는 말이 들립니다.

법무부도 떨떠름해하고 정치권도 의지가 없는 것 같고요.

그렇게 되면 금융실명제만 일방적으로 풀어준 결과가 되는데.


"금융실명제의 취지와는 달리 사정적 요소가 들어있어서 범죄행위와
관련된 내용만 따로 떼자는 것이었습니다.

법무부장관에 부탁해서 장관이 수락을 했습니다.

실명제 자체는 우리가 챙기고 돈세탁방지법은 법무부에서 관할키로
했습니다"


-법무부가 검토하다가 타당성이 없다며 그만두겠다고 하면요.


"그건 법무부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법무부가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쪽으로 추진하겠다고 법무부장관이 이야기했습니다"


-부총리 직속으로 특별보좌관을 두었는데, 재경원 정책라인에서 다소
섭섭해하는 눈칩니다.

장관께서 비선을 중시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경제상황 자체가 어렵습니다.

''꿩 잡는게 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총동원체제로 가야합니다.

일종의 비상상황 돌입입니다.

또 저는 재경원장관인 동시에 부총리입니다.

부총리 역할을 하려면 재경원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는데다 제 아이디어가
다른 부처와도 연관되는 것이 많습니다.

아이디어의 유효성에 대해 일차 검토를 시키고 타당성이 인정되면
공식라인에서 추진토록 할 방침입니다"


-과거에 토지세제에 대해 문제점을 줄곧 강조하셨는데, 어차피 가을엔
세제개편도 해야 할텐데요.


"그부분에 대해서는 새정부로 넘겨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선할 항목은 많습니다만.

그러나 이미 강조한 원론에 따라 각론적인 실천프로그램이 많은데다
시간도 없는만큼 그쪽의 작업도 할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 정리=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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