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맥이트(McIT)에 의한 인본주의 경영혁신''주제로 제3회
한경크리에이티브포럼을 시에치노컨설팅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열리는 이 모임에서 시에치노컨설팅은 기업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할수 있는 대표적인 기법으로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고 있는
리엔지니어링과 리스트럭처링의 구조적 맹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주제강연에 나선 시에치노컨설팅의 노중호 대표는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정보기술을 리엔지니어링 및 리스트럭처링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맥이트란 경영(Management) 문화(culture)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어로 시에치노가 개발한 경영분석 기법이다.

노대표의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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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에 뿌리깊은 고비용-저효율구조는 마침내 30대 대기업 그룹군에
속하는 기업이 하루아침에 도산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난 배경에는 경제외적인 변수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올바른 철학에 바탕을 두고 고객에 대한 바른 시각과
기업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어떤 기업도 생존할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0대 대기업그룹군에 속하는 기업의 도산이 시사하는 것은 우리 기업이
전면적인 완전경쟁시대에 진입하게 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생존할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그동안 우리기업이 추진해온 경쟁력확보나 노력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가를 본질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리엔지니어링과 리스트럭처링 등 여러가지
경영혁신기법의 본질은 패러다임변화의 시대에 기업이 어떻게 생존할수
있는가에 대한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란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또 공업화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정보 지식문화사회로 이행함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안모색의 초점은 기업이 공급자중심적인
사고에 물들어 있는 조직에서 벗어나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수
있도록 순발력있고 고객지향적인 조직을 재구축해보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대표적인 기법이 리엔지니어링과
리스트럭처링이라고 할수 있다.

대부분의 우리 기업이 이미 그같은 접근을 금과옥조처럼 믿고 그 과실을
얻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은 기업은
많지 않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놀라운 사실은 그것이 예견된
실패였다는 점이다.

실패원인의 핵심은 기업경영구조에 정보기술을 적용하면서 나타나는
한계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기업이 안고 있는 고유한 풍토문화를
고려치 않고 일방적인 기법중심의 접근을 취했다는데 있다.

미국 MIT대학의 도노반교수는 자신의 저서 "정보기술을 활용한
기업혁신"에서 "정보시스템이 매우 경직적이어서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영자는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 등의 기법을 도입하여 경영구조의
변화를 시도하지만 정보시스템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를 꼬집은 것이다.

예를들어 어떤 보험회사에서 전산처리의 오류로 50억원의 손실을 입게되자
현업직원들이 "전산실을 폐쇄하자"며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에서 32억달러의 개발비를 들여 제작 도입한
정보처리시스템은 경기결과및 기록을 경기가 끝난지 1시간이나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알려줘 실망 그 자체였다.

기업에서 전산시스템 운영을 위한 유지경비및 인력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새로 도입한 정보시스템이 사업전략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제때에
제공하지 못하는 사례들이었다.

정보시스템의 오류만 지적하면 경영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정보시스템
담당자들에게 돌리는 셈이된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문제는 정보시스템이 경영전략과 유리돼 독자적으로 구상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다음의 질문에 대해 "예,아니오"를 마음속으로 세어보고 리엔지니어링의
실패원인을 다시한번 따져볼수 있을 것이다.

"귀하는 정보시스템 요원들과 업무적 의사소통이 정확히 이뤄진다고
생각합니까" "

귀하는 정보시스템 요원들이 귀하의 업무를 귀하가 생각하는대로 해준다고
생각합니까"

"귀하는 정보시스템 요원들이 귀하의 업무를 귀하보다 더 잘안다고
생각합니까"

"귀하가 하는 일은 회사 전체 업무중 한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조직내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업무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까"

"귀하는 정보시스템 요원들을 통해서, 또는 컴퓨터나 그밖의 도구들을
사용, 회사의 전체적 업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이런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이 상대적으로 많다면 기업경영혁신에
정보기술을 제대로 접목시키지 못하고 경영구조와 정보기술은 기능별로
서로 고립돼 실타래처럼 뒤엉겨 있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경영구조와 정보기술을 각각 부분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은
재앙의 규모를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새로운 접근의 출발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럴 것으로 믿고 있는
기존의 가설을 재인식하는데서 부터 찾아야 한다.

핵심은 경영전략 업무구조개선과 정보시스템구축이 병렬적 동시적으로
일관된 방법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경영전략 개선담당자가 정보시스템에 대해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정보시스템 개발담당자는 단순히 정보기술 개발만 담당한다는 전제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당업무에 대해 가장잘 아는 사람은 현업담당 직원이다.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업무를 정보기술로 개발 운영할수 있는 방법과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 한 재앙의 확대재생산 문제를 결코 피할수 없을
것이다.

사실 리엔지니어링이나 리스트럭처링 등의 경영혁신기법은 기술적으로
조직 구성원을 감축시키는데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경영혁신의 가시적 결과를 성급히 기대하는 최고경영자들이
선호하게 된다.

반면 조직구성원 감축은 노동조합의 반발, 구성원의 사기저하, 인간적인
고뇌때문에 온건한 전문경영인들로서는 주저하는 방법이다.

상당수 경영방법의 문제점은 "비용은 규모에 비례한다"는 공업화사상에서
비롯된 기술본위주의로 경영혁신에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그 효용은
한시적이다.

시에치노가 주창하는 인본주의 경영혁신은 "효용성은 상상력에서
나온다"는 정보지식문화사상에서 발상된 것이다.

인간만이 상상할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고 고학력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일정한 크기의 조직구성원이 되고나면 현상유지를 위한 잡무에 시달리면서
조직내의 각종 관행과 규정따위의 쇠사슬에 묶여 조직의 부품화가 되고 만다.

부품화된 구성원을 아이디어맨 서비스맨으로 재창조시킬수 있는
경영혁신방법의 필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엔지니어링보고서나 정보시스템계획서가 작성됐다고 해서
경영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혁신작업은 조직구성원들의 사고와 관행을 바꿔 놓는 일이다.

때문에 말과 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조직구성원들은 총론적으로는 혁신에 동의하나 각론에 들어가면
방어적행동을 취하게 된다.

기득권을 잃는다는 피해의식, 변화에 대한 우려 등의 심리적작용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경영구조 혁신과정에서 일어나는 정보기술실무팀과의 충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수 있다.

경영자나 구성원들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기업을 변화시켜야 한다는데는
같은 생각일수 있으나 추진과정에서 기능별로 따로 움직인다.

결국 경영혁신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경영혁신과정에서 대표적인 걸림돌로 지적되는 정보기술도입의 딜레마도
구성원(사람)이 풀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