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안정보다는 시중금리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기로
한 한국은행의 방향전환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경상수지적자나 환율불안이 해결돼서라기 보다는 금융시장불안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올들어 두달동안 벌써 적자가 56억달러나 쌓였으며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어 조만간 9백원선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보와 삼미의 도산으로 연쇄부도 공포에 얼어붙은 자금시장은
훨씬더 다급한 실정이다.

특히 오는 4월에 한보가 발행한 수천억원에 달하는 융통어음의 만기가
집중된다는 금융대란설까지 겹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통화관리를 신축적으로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풀린 돈이 회사채매입이나 은행대출을 통해 실수요자에게로
가지 않고 은행금고에 묶여 있거나 달러사재기에 몰려 문제다.

그렇다고 환율안정을 위해 달러매각에 나서면 통화환수가 이뤄져 이번에는
시중금리가 오르게 된다.

이같은 딜레마 때문에 정책초점을 환율과 금리중 어느 하나에 둘 수밖에
없다면 우선은 금융시장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인위적인 외환시장개입은 한계가 뚜렷한 데다 환투기방지도 필요하지만
자금순환정상화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중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0.24%로 장영자 어음사기사건이 일어난
82년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달에도 삼미그룹과 한보건설의 부도처리 여파로 어음부도율이
더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거래기업의 부도로 인한 자금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적격업체에
대한 특례보증 납세연기 진성어음할인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금리안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중요한 과제다.

금융비용절감을 통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뿐만아니라
통화량중심의 직접적인 통화관리에서 금리중심의 간접관리로 전환하는
문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시장개방이 확대될수록 직접적인 통화관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미 몇해전부터 재정경제원을 중심으로 금리중시의 통화관리방침이
강조돼왔다.

문제는 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 지급결제수단및 금융전산망 등
금융하부구조의 부실, 금융권의 누적된 부실채권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따라 금융시장개방과 함께 금융산업개편이 추진되었다.

물론 한보사태에서 확인됐듯이 국내 금융계의 비리와 비효율의 개선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금융개혁을 통한 금리안정을 포기할 수는 없다.

또한가지 강조할 것은 물가안정과 같이 장기적이고 원론적인 정책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연쇄부도 공포에 떨고있는 눈앞의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잔칫날 잘먹자고 사흘을 굶으면 배탈이 나게 마련이듯 오늘이 없는
내일은 생각할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