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위한 지혜나 방법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왔다.

자본주의의 발달로 삶이 풍요해지기전인 빈곤의 시대를 살았던 조상들로선
"어떻게 하면 아끼고 절약할까" 하는 문제가 절대절명의 과제였던 것이다.

자원의 희소성도 문제였지만 자원을 가공하고 보관하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재테크는 오히려 오늘날보다 더 필요했다고 할수 있다.

동서고금의 속담이나 격언은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속담이나 격언은 현재와 같이 세밀하게 분화된 형태는 아니라도 유머가
있고 삶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는게 많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고도 할수 있고 빈곤속에서도 생활이 각박하지
만은 않았음을 엿볼수 있다.

또 한가지 특징은 동서를 막론하고 재테크를 위한 접근방식이 대동소이하다
는 점이다.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고 있고 공짜심리는 철저히 배격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즉 재테크를 알고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노동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 각론에 들어가보자.

먼저 검소하기로 소문난 유태인들은 "금전은 무자비한 주인이지만 유익한
종이 되기도 한다"는 격언을 갖고 있다.

돈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를 경계하라는 뜻일게다.

우리속담에도 있듯이 "사람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났나"는 식이다.

물론 갖고 있는 돈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상황설정을 최근의 우리 주식시장으로 옮겨와보자.

주식투자에선 "남한테 빌려선 절대로 주식을 사지말라"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마음이 조급해져 살때와 팔때를 분간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돈을 다루지 못하면 돈의 논리에 놀아나게 된다.

쉬운 것 같지만 현실에선 잘 안되니 어떡하랴.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의 세르반테스는 "자기 호주머니속의 푼돈이 남의
호주머니 속의 큰 돈보다 훨씬 낫다"는 말을 남겼다.

탐심을 절제하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일본의 속담도 "내일의 1백원보다 오늘의 50전"을 강조한다.

오늘날의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적당한 범위내에서 투자해야지 일순간에 "따블
따따블"을 획득할순 없는 것이다.

10명중 한 명이 투자를 잘해 투자금액의 몇배를 거둬들였다고 함부로
흉내내지 말라는 훈계다.

영국의 계관시인인 칼라일도 "빚은 밑바닥이 없는 바다와 같다"고 맞장구
친다.

이 격언은 요즘 우리 대기업들에 적용되는 재테크상식으로 보면 된다.

기업들이 자기돈보다는 남의 돈으로 차입경영을 한 결과 불황기엔 여지없이
고꾸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빌린돈을 빌려서 갚다보니 망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부도기업들엔 "인형의 집"을 쓴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의 한마디가 짜릿한
전율로 느껴질테다.

"심리적인 고통을 받고 있을 때는, 재산이란 슬픈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시체말에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살아남는다는게 있다.

부도가 임박해올 경우 기업주들이 재산을 빼돌리는 것은 이제 더이상 비밀도
아닌 비밀이다.

그러나 부실경영의 결과 부모 친지에게서 따돌리고 사회로부터 경원되는
자에게 지푸라기같은 재산이 얼마나 행복을 가져다줄까.

로마서에 나오는 "사랑의 빚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지지 말라"는 말의
의미를 한번 곱씹어보자.

허망한 탐욕이 이처럼 귀결되는 한편으로 선현들은 착실하고 꾸준한 재테크
를 강조한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인 루소는 "돈은 돈의 씨앗이다.

맨 처음에 몇 푼을 얻는 것이 다음에 수백원을 얻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있다"고 꿰뚫었다.

차근차근 재산을 불려가면 언젠가는 해뜰날이 있을 것이란 낙관이다.

경제가 갈수록 나빠지다보니 사행심에 매달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나한테 3억원만 있다면, 5억원만 있다면..."하는 식이다.

실제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3억원과 5억원을 연12%짜리 정기예금에 넣어둔다면 매달 오롯이 3백만원과
5백만원씩의 이자를 챙긴다.

일하지 않아도 경우에 따라선 이자만으로 살수 있게 된다.

이런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근로없는 부는 죄악이다"(존 러스킨)는
말이나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노동이다"(스마일즈)는 충고가 어울릴지
모르겠다.

무거운 얘기는 접어두고 다소 가벼운 격언으로 넘어가보자.

덴마크 속담은 "모자는 재빨리 벗되 지갑은 천천히 열라"고 가르친다.

지갑을 천천히 열라는 말을 꼭 짠돌이가 되라는 말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겸손하되 부를 절제있게 쓸 줄 알아야 한다는 해석이 더 나을것 같다.

윌리엄즈라는 사람은 심지어 "빈 주머니는 빈 머리를 만든다"고도 했다.

미국의 정치가 프랭클린도 "지갑이 가벼우면 마음은 무겁다"로 응수하고
있다.

실제 재테크를 하려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솔깃하게 유혹하는 말도 많이
듣는다.

어느 지역의 땅이 곧 개발될 예정이라든가 어느 종목이 어떤 재료를 갖고
있다는 등등.

투자하면 금방이라도 수익을 낼 것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 때에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사기는 아닌지, 나한테 알려주는 정보이면 남한테도 넌지시 일러주지 않을지
곰곰이 따져야 한다.

"짖지 않는 개와 잔잔한 물을 조심하라"는 라틴 격언의 의미가 느껴질게다.

그렇다고 안전운행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만약 실패했더라도 "한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가지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명심보감)거나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자가 강물의 세기를 안다"
(미국정치가 윌슨)는 말을 위로로 삼자.

때로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명제를 믿고 과감하게 베팅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다만 정확한 상황인식과 분석에 근거해야겠지만.

독일의 관념주의 철학자 칸트도 재테크성 발언 한마디를 했다.

"나는 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할수 있다"

재테크에 관해 문외한이더라도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가 아닐까.

심지어 베토벤마저 "이 세상에서 정말로 해야할 일이 많다.

서둘러야 한다"고 부추긴다.

재테크를 마치 요리조리 규정을 피해다니며 돈을 긁어모으는 것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그러나 재테크야말로 성실하게 번 돈을 착실하게 굴리는 ABC라고 할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이 경우에도 돈을 빌려서 하는 재테크는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더구나 "가난한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은 못생긴 여인에게 키스하는
것과 같다"(유태인 격언)고 충고하고 있는 바에야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테크를 잘한 결과 돈을 많이 벌었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공을 들인 만큼 호화스런 저택도 사고 싶을 테고 해외여행도 마음껏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다음 말을 결코 공자님 말씀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

"재산은 분뇨와 같아서 그것이 축적돼 있을 때에는 악취를 풍기지만
뿌려졌을 때에는 흙을 기름지게 한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