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느새 지하 룸살롱 궁전에 다 와 있다.

이 살롱은 가끔 신문 사회면을 장식한 경력도 있는 악질적인 곳으로
전에는 이름이 궁전이 아니고 "사슴의 집"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궁전으로
이름을 바꾸더니 영창을 집 드나들듯 하는 경영주가 하루아침에 영어로는
팰리스라고 큼직하게 간판을 붙여서 밖에서 보기에는 백평도 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룸살롱처럼 보인다.

이 궁전 살롱은 압구정동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고 룸살롱
경영에 뼈가 굵은 오너 마담이 직접 지휘하며 갖은 방법으로 얼굴 예쁘고
몸매 좋은 아이들을 깡패들 까지 동원해가며 고용하고 있었다.

그 룸살롱은 공박사의 신경정신과가 있는 길건너 맞은편 골목 입구에
있어서 공박사는 가끔 그 룸살롱에 근무하는 아가씨들과의 상담도 많이
하고 있다.

이렇게 압구정동은 요란스러운 곳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음지와 양지가 한자리에 어울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곳이며 북서울 명동의 영광을 이미 빼앗아버린 광기어린 명소가
된지도 20년이 넘는 역사를 뽐내고 있다.

몇해전 강남구는 여성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나왔다.

그러나 70프로 이상의 여성 인텔리들이 살고 있는 강남에서 여성
국회의원은 뽑히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50프로나 되는 여성 유권자들이 저지른 실수중에 가장
큰 실수였다.

4년을 또 밑진 것이다.

가장 우먼 파워가 세고 여성의 권리를 악착스레 주장하는 여성 후보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했을때 해묵은 여성권익이 보다 많이 국회에 반영될 수
있다.

북구라파에서는 50프로의 여성 유권자들이 단결하여 여성 의원들을 뽑은
결과 여성들의 권리나 사회적 지위가 남자와 동등해졌다.

북구라파 선진국의 경험과 실상의 홍보가 덜 되어서 그러한 실수를
했지만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여성들은 여성들의 실질적인 권위향상을
위해서라도 여성 후보가 국회의원에 많이 당선돼야 한다.

게는 가재편이라고 했다.

여성들은 남자에게 얻어맞고 살면서도 폭력을 법에서 보호해주는
"여성의 폭력 보호법"은 여성 의원들이 아니면 결사적으로 제정할 노력을
안할 것이다.

이런 논리는 비단 강남구에서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그러한 여성해방의 사상이 고조될 때 남성대 여성의 힘
겨루기에서 과감하게 여성을 국회로 보내는 풍경이 곧 실현될 날도 멀지
않다.

공박사는 자기의 여고 선배가 강남구에서 패배했을때 누구보다도
비통해 했다.

여자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절대로 남자 국회의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의 대결은 조만간 북구라파처럼 남자와 여자 의원수를 반반으로
만들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만 여성 대통령도 나오고 각료들도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