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규제철폐작업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재경원은 경제부처의 중복유사기능을 재조정,
규제발생의 원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규제혁파의 추진주체를 새로 맡게된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중
민간이 참여하는 경제행정규제개혁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전담사무국을
설치해 오는 6월말까지 각부처의 규제정비계획을 보고 받아 9월까지
심의를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무척 의욕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을 갖추게 될것 같다.

그러나 과연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지눈 솔직히 의심스럽다.

특히 각 부처의 계획을 보고 받아 이를 토대로 심의 결정하게되면
그동안의 실패를 재현할 우려도 있다.

사실 규제완화는 현정부의 최대국정과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당위성이 거론될 정도로 원점을 맴돌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정책이 실패했음을 반증하는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고건 국무총리와 강경식 경제부 총리의 등장과 함께 재강조되는
규제혁파에 대해 한편으로는 실패를 거울삼아 시원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해보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만큼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현정부의 마지막 기회인 이번 규제혁파작업은 그동안의 실패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흔히 지적되는 것은 부처이기주의나 일선집행기관의 실행부족, 공직사회의
관료주의적 관할의식의 불변등이 꼽힌다.

한마디로 "연구"만 많았지 실행이 없었고 법규는 바뀌었는데도 실제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보다 원천적인 문제는 규제철폐에 대한 기준과 철학의 부재라고
본다.

국제환경변화와 우리현실에 맞는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졌어야 했는데도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정부조직개편의 잘못이 규제완화실패의 근본원인으로 본다.

규제혁파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고 때문에 재경원이 검토중인 경제부처기능재조정은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그같은 근본적 처방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요즈음의 우리경제사정은 한시가 급한 처지다.

또 그동안 부문별 과제별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상태이기때문에 정부의 과감한 실천의지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가능하다고 본다.

대상과제는 개별적 검토보다 실행원칙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는 것은
한꺼번에 시행하는 포괄적 조치가 바람직하다.

그 원칙은 생산적 기업활동과 관련된 소위 경제적 규제는 완전히 제거해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는 것이다.

더이상 부처계획을 취합하고 개별적으로 심의해서 논란을 벌일만한
시간여유가 없다.

당위성이나 방법론을 따질때가 아니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만 결정하면된다.

더이상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보다 과감한 실천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