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보의혹사건 수사팀을 전격 교체하고 김현철씨의 2천억원
수수혐의를 포함한 한보의혹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전면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는 검찰의 이같은 자세전환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번에야말로
심기일전해 의혹의 진상을 밝힘으로써 실추된 검찰위상을 재정립할수 있길
기대한다.

그동안 검찰이 한보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데 이어 그 첫 공판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진상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채 오히려 의혹만
부풀려온 감이 없지 않았다.

때문에 검찰이 이제까지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의혹의 핵심인 김현철씨 비리에 대한 본격수사에 나섰다는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우선 김현철씨가 한보철강 열연설비도입을 둘러싸고 대리인을
내세워 독일 회사로부터 2천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김씨 측근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2천억원대 리베이트 수수설은 이미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기된바
있으나 검찰은 "설"만으로 수사할 수는 없다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워
묵살했었다.

그 결과 의혹은 눈덩어리처럼 불어났고 이젠 열연설비 뿐만 아니라
코렉스공법도입을 둘러싼 비리규모가 더크다는 얘기가 공식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의혹도 함께 규명해야 할 것이다.

만약 김씨가 이처럼 엄청난 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돈의
행방까지도 밝혀내야 함은 물론이다.

한보의혹의 "몸체"라고 할수 있는 "김현철의혹"은 한 정권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와 기강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사건이다.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하게 된 경위를 두고 여러갈래의 추측이 오가고
있지만 한보의혹 규명을 제약해온 "수사외적 요인"을 물리치려는 검찰의
의지가 어느정도인가에 따라 이번 재수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지금 국민들은 한보의혹이 아니라도 아무런 공직도 없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그처럼 국정이 농락당한데 대해 실로 어이없어
하고 있다.

이러한 철부지집단이 설치며 국민을 우롱하는 정권이라면 과거의
군사독재 권위주의정권과 무엇이 다를게 있느냐는 자조감이 번져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에 일단 기대를
걸어보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국민적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국민이 알고싶어 하는 것은 김씨비리의 진상뿐만이 아니라 그 엄청난
이권개입을 낳은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었느냐 하는 것임을 새 수사팀은
잊지 말아야 한다.

검찰의 이번 한보 재수사는 국가장래가 걸린 문제이며 현정권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엄정하고도 철저한 수사야말로 우리 모두를 악몽같은 한보의 진흙탕
속에서 건져낼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