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규제연구센터실장>


지금까지 우리경제체제는 담합에 의해서 유지되고 국가권력에 의해서
보호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60년대 이후 군사독재 정권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한 경제정책들은 외국과의
교역에서 중상주의적 보호주의와 노동자 농민 등 경제적 약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통해서 자본을 축적하여 경제적 도약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담합구조하에서는 정부의 권력을 담당한 파워 엘리트들이 경제적
자원의 배분을 전횡하게 되고 이러한 배분체계에서 이득을 보려는
이익집단들은 그들과 야합하는 형태의 경제구조를 가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공식적인 법절차보다는 은밀한 여러가지 음성적 고리들에 의해서 이권의
수수가 이루어지는 행태가 사회의 중심에 자리하는 것은 이러한 담합구조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수 있다.

뇌물 억압 강요 정경유착 등으로 상징되는 60년대 이후 우리의 사회구조는
이러한 담합구조의 적나라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같이 담합에 의해서 형성된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경제성장은 담합집단들 내부 구성원들의 이해
관계의 갈등을 필연적으로 증폭시키게 된다.

왜냐하면 이제는 이익구조가 단순하지 않고 때로는 외국의 이해
관계자들과 맞물리기도 하고 국내의 여타 그룹들과 연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담합구조내에서의 갈등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한 계층들의 경제적 입지확대가 경제성장을 통해서 이루어지면서
그들의 저항 강도도 증대하게 된다.

저항 강도의 증대는 현행 담합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담합구조내에서의
비용부담을 확대하게 되고 이는 담합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70년대 개발기와 80년대 산업구조 재편시기에 이러한 담합구조의
붕괴과정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었다고 볼수 있다.

담합구조 붕괴의 시초는 경제적 자원 배분을 독점하던 정치구조의
와해로 드러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에서 5-6공화국 정권의 붕괴와 문민시대라고 불려지는 새로운
정권의 등장은 이러한 담합구조 붕괴의 서막이었다고 할수 있다.

담합구조의 붕괴가 시작되었지만 과거의 담합구조의 기득이권층은 어떻게
하면 현상을 변경시키지 않은채 유지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한다.

왜냐하면 변화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항상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정상적 순 순환 과정의 태동은 기득이권을 가진 이익집단들의
반대로 지체될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하에서 경제현상으로 나타난 부분이 소위 "고비용
구조"라고 할수 있다.

수입을 통한 공급물량의 확대에 대한 반대, 외국의 자본에 대한 접근의
방해, 각종 규제를 통한 금융 토지 노동력에 대한 신축적 사용 억제등은
담합구조에서 이익을 받아 온 기득이권자들의 방해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 공무원 학자 법조인 기업의 경영진과 노조등은 이러한 여건의
변화가 가져올수 있는 위험들을 감내하기를 원치 않은채 다른 이익집단들의
희생으로 현상의 변화가 달성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를 들면 고임금문제 해결을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제품과
서비스가격의 인하이다.

이는 인위적인 정부의 행정지도등 간섭을 통해서가 아니라 경쟁촉진과
수입확대를 통한 공급기반의 확대로 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수입의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경쟁의 심화가 자신들의
이익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이로 인한
실직위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노동자든 경영진이든 모두 기존의 비용구조와 가격하에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희생을 감내하고자 하는 노력은 없는
것이다.

담합구조는 비단 기업내부에서 경영자들과 노동자들 사이에만 존재해
온것이 아니라 사회전반을 지배해왔다.

규제와 간섭을 매개로 하여 지속되어온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의 담합,
각종 종교단체들의 암묵적 담합, 교육자들의 생산성없는 학문적 담합, 법조
의료계의 전문적 지식을 볼모로 한 담합유지 등은 우리사회의 공급기반을
약화시키고 그 구성원들에게 독점적 지배(Monopoly Rent)를 보장해 온
대표적인 예들이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담합구조를 경쟁을 통해서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당면한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시장경쟁에 의해서 우열과 성패가 결정되는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는
것만이 현재의 위기국면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인 것이다.

작은 정부의 실현, 교육 법조 금융 정치시장에의 경쟁 도입,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들의 철폐, 공공부문의 역할 축소, 대외개방 확대와 개인의
자율성 자극으로 요약될 수 있는 수요자중심 경제체제로의 전환이 경쟁
체제로의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이러한 방향전환이 조속히 이루어 질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생명력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을 읽는 정치적 혁신자(Political Entrepreneur)는 경쟁을
토대로 한 새로운 체제의 구축을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변수이므로 우리는
정치적 혁신자를 갈망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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