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 수자원연구소 신임연구원 / 이학박사 >

생활 수준의 향상과 우리 사회의 질적, 양적 팽창으로 인하여 삶의 질에
대한 추구는 어떤 것보다도 우선되며 중요시되고 있다.

삶의 질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심되는 것은 당연히 환경이며, 그 중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물이다.

90년 초 첫 해외 여행으로 이웃 일본을 방문했을 때이다.

그때 다름 아닌 슈퍼마켓에서 각종 생수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때부터 불과 2~3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역시 물을 사서
마시는 시대가 시작됐고, 이제는 생수사서 마시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그만큼 우리 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물을 생각할 때 물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은 수레의 양쪽 바퀴같은
것으로 항상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모든 물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가 물이 부족한 나라라는
각성에서 시작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우량은 1천2백74mm로서 이 양은 세계 평균인
9백70mm와 비교하면 약 3백mm 정도가 많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대단히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수자원량을
계산해 보면 국민 1인당 약 3천입방m로 세계 평균인 3만4천입방m의 약 8%에
불과하다.

더욱이 여름 한 철에 년 강우량의 약 3분의2가 집중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정은 더욱 심해진다.

언제부턴지 여름철이면 전력 예비율이라는 단어를 낯설지 않게 듣고 있다.

그래서 각 매스컴에는 전력 위기다 과소비다 하여 대서 특필하고 또
심심치 않게 에어컨 사용 자제 운동이 벌어지곤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물 예비율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는 1994년을 기준으로 물 공급 능력은 연간 3백24입방m로 수요량
3백1억입방m에 비해 약 23억입방m의 여유량을 가져 7.7%의 예비율을 보이고
있다.

예비율은 오는 2011년 -7%로 역전될 전망이다.

앞으로 이러한 물 부족 사태가 전국적 규모로 확대된다면 아마도 우리
경제는 어쩔 수 없이 극심한 위기에 봉착하고 말 것이다.

장차 우리 경제의 사활의 관건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물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양질의 수자원 확보를 골자로
하는 "물관리 종합대책"을 지난해 마련하여 2011년까지 전국에 총 34개의
다목적댐을 건설할 예정으로 있다.

이 계획이 무난히 실행된다면 우리나라의 수자원 이용률은 24%에서
29%까지 높아지게 되어 용수예비율을 9%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다목적댐과 같은 인위적인 새로운 수자원 확보에는 어쩔 수 없이
경제적 혹은 지리수문학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물 부족의 대비책으로 단순히 공급능력만 증대한다면 시설 확충을
위한 재정 부담과 물 사용 급증으로 인한 오염이 증가되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물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총 하.폐수중 가정 하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65% 이상을
차지하며,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의 경우 약 70%가 생활하수에 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1994년 현재 우리나라의 하수처리율은 42%에 불과하여 가정에서
쓰고 버리는 하수 중 절반 이상이 어떤 처리도 없이 그대로 강이나 호수
혹은 바다로 흘러 들어 간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국민 개개인의 물에 대한
관심과 노력없이는 깨끗한 물의 확보는 절대로 불가능한 것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가올 21세기의 국가적 흥망성쇠의 열쇠는 바로 물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 나가는 가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한 깨끗한 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다목적댐의 건설과 같은 새로운 수자원의 꾸준한
개발과 사회 전반에 걸친 물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물 절약에 대한
노력이 모여질 때 비로서 가능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