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해고 등 서구식 능력주의가 한국에도 밀려들고 있다.

머지않아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식 기존 인사제도는 완전히 밀어낼 기세다.

이 과정에서 새 제도에 대한 저항도 만만찮다.

수십년간 유지해온 한국적 기업문화에 섣불리 서구식 제도를 이식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치열한 국제경쟁속에서 변신은 불가피하다.

한국기업들 사이에 연봉제 등 능력주의 도입이 붐을 이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한국기업의 변신을 돕는 첨병이 바로 컨설팅 업체들이다.

외국컨설팅 업체들로부터 경영진단을 받고 첨단 경영기법을 전수받는
한국기업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합작컨설팅업체인 와슨와이어트도 그중 하나다.

세계 3위의 인사-조직 전문 컨설팅 업체인 왓슨 와이어트의 피트 스미스
사장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현지법인의 업무현황을 둘러보기 위해 최근
내한했다.

그를 만나 성공적인 인사-조직 개편 비결을 들어봤다.


[ 만난사람 = 노혜령 산업1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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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봉제를 도입하는 한국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연공서열식의 기존 경영문화와 마찰을 빚는 경우도 많은데.

"연봉제를 도입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능력급제가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는 무기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요즘처럼 치열한 국제경쟁 사회에서 능력급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각국의 시장이 빠른 속도로 열리고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을 통합되면서
능력있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선택할 기회가 늘었다.

한국사람들도 한국기업에서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기도 한다.

한국기업의 경우 연공서열에 기초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은 대개 능력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능력있는 사람의 경우 외국기업들에서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임금체계는 연공서열에서 능력급제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이런점을 직원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연봉제 도입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선은 직원들사이에 합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직원들이 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했더라도 너무 갑작스럽게
옮겨가면 조직 전체에 쇼크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점진적 도입이 바람직하다.

특히 간부급들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한 다음 전직원에게 성공의 확신을
줘가면서 점차 아래로 확산시키는 "톱다운"방식이 좋다.

경영전략과 목표와 연계시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연봉제로 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를 미리 가늠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 결과가 객관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능력을 평가해 경영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성과가 수치화되기 힘들다.

따라서 업무별로 양자간 성격을 파악한뒤 경영목표와 전략의 성취를 높일
수 있는 분야를 선별적으로 능력급제와 긴밀히 연결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 한명의 능력이 지나치게 두드러질 경우 조직내에 갈등을
일으키는 소위 "키다리(Tall puppy)신드롬"을 극복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대개 남들보다 두드러지는 것을 싫어한다.

주위의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이런 키다리 신드롬은 연봉제도입에 장애가 된다.

능력이 두드러져 더 많은 돈을 받게 되면 타인들의 주목을 받고 조직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연봉제를 단지 실적에 따라
산정하기 보다는 개개인의 역량과 능력을 고려해 산정해야 한다.

둘째는 팀제로 절충하는 방안이다.

개개인의 돌출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실적평가를 팀단위로 하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사이에서도 팀제 도입의 열풍이 불었지만 실제로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팀제가 바람직한가.

"무조건 팀제가 좋다니까 도입하는게 아니라 팀제를 실시하려는 목적을
뚜렷히 정립해야 한다.

방법론으로서는 "경영 정보공개"도 팀제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핵심
요인이다.

왓슨 와이어트가 전세계 각 기업에 대해 그동안 컨설팅경험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팀원들에게 경영정보가 공개된 회사일수록 팀제의 성공가능성이
높았다.

이를테면 자기 회사의 금융, 생산성, 영업통계 등 회사가 현재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한 정보를 팀원들이 정기적으로 얻을 수 있어야 팀제가 잘
돌아간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현재 정리해고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데.

"한국경제는 지난 15~20년간 기적에 가까운 성장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수준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재계가 합심해 능력있는 인력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의 연공서열제나 종신고용제를 가지고는 국제경쟁에서 견뎌낼 수 없다.

예컨데 삼성전자가 새로운 기술개발로 현재 인원의 3분의2만으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면 다운사이징은 불가피하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해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고객을 만족시키고 매출을 계속늘리며 경쟁력을 유지해가는 방법은 적정
인원을 유지하는 것이다.

필요도 없는 인원으로 방만하게 기업을 운용하다보면 경영이 잘 될리 없고
회사가 망하면 결국 직원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적정인원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면 직원들도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도 미비하고 노동시장도 경직된 한국적 상황에서는 미국처럼
기업 마음대로 해고할 경우 사회적 문제가 커져 오히려 경쟁력을 저해할
수도 있을텐데.

"물론 사회보장제도는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해고자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정리고용제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이런 논리가 쉽게 이해된다.

미국에서도 다운사이징이 시작된 80년대 후반께는 창업붐이 없었다.

해고바람이 일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소규모 창업을 시작한 것이다.

마침 인터넷, 컴퓨터 등 첨단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아이디어를 이용한
소규모 창업이 유행했다.

지금은 이런 창업붐이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해고가 일반화되면 창업붐이 일고 노동시장이 유연해질 수
있다."


-최근 한국기업들중 리스트럭처링을 하면서 남아도는 관리직을 영업직으로
돌린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아 기업의 효율성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A라는 기업의 관리직에 5백여명의 잉여인력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영업직에는 1백명이 필요하다.

남는 5백명의 적성과 능력을 평가했더니 영업에 맞는 인원이 50명뿐이라면
나머지 4백50명은 해고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50명의 영업인력은 새로 뽑아야 한다.

물론 한국적 상황에서 이런 방법은 쉽지 않다.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식으로 변신해야 한다."


-최근 한국에는 고비용 절감을 위한 임금동결 운동이 퍼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한국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실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만약 정부가 나서서 임금을 동결하려 한다면 분명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개별 기업별로 합의를 통해 일정기간동안 임금을 동결하는 방식은
효과가 있다.

물론 임금동결은 연봉제의 취지에 위배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한다면 그것은 변신하겠다는
결의의 표시다.

직원들이 당장은 불이익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임금동결을 통해
회사가 다시 살아난다면 결국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사정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임금을
동결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실수다."


-한국기업들은 회사사정에 좋든 나쁘든 대개 정기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런 관행이 비효율적인 인력채용은 아닌지.

"물론 필요인원 이상으로 과잉 채용해서 노동비용을 상승시킨다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매년 신입사원을 정기적으로 뽑다는다는 것 자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젊은 생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피(신입사원)를 정기적으로
수혈한다는 것은 회사전체에게 플러스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세계6대 컨설팅업체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대학을 갓졸업한
신입사원들을 매년 정기채용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제아무리 수재들만 모여있다해도 제몫을 다하는 능력있는
직원들이 90%를 넘기 힘들다.

회사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인력이 항상 10%정도는 있게 마련이란 얘기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위해 매년 일정인원을 해고하고 반드시
젊은 신입사원을 뽑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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