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중 대학졸업자 구인배율은 0.27배로 일자리를 구하는 대졸자 1백명당
기업이 찾는 인원은 27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재작년의 0.48배와 비교하면 취업의 문이 거의 반으로 좁아졌다는 얘기다.

올해는 경기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있어 취업난이 더욱 가중될게
확실하다.

성장율이 정부의 경제운영계획대로 6%에 이르더라도 실업율은 작년의
2%에서 2.5%,5%이면 2.7%로 높아진 것이란게 노동연구원분석이다.

1월말현재 실업율은 2.4%(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기준)로 실업자수는
실업율이 1.9%였던 작년9월보다 17만3천명이 늘어 5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활동인구가 계절적 요인에 따라 차이가 많기 때문에 실업률
0.1%포인트증가에 실업자수가 얼마나 늘어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성장율이 5%대로 접어들 경우 실업자수는 줄여 잡더라도 작년보다 20만명
이상 늘어날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사회안정의 기본이 고용안정이라고 본다면 최근의 상황은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기가 나빠지면 실업이 다소 증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추세지만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양상은 그런 법주를 넘어선 감이 짙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기후퇴시기에 비해 이번에는 실업율상승속도가 훨씬 빠르고,
가장 안정적인 제조업 고용비중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우려는 설득력이 있다.

지난 1월의 실업율이 불황기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작년
9월보다 4개월새 0.5%포인트나 높아진 것은 "주1간이상 일한 사람은
취업자"라고 정의하고있는 우리 실업률통계편제 방식을 감안하면
놀랄만큼 빠른 속도다.

이렇게 빠르게 실업율이 높아진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이처럼 실업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진 까닭은 따지면 간단하다.

우선 경기가 단기간내에 최부되기 어려우리란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경기변동으로 경제가 일시적으로 어려워졌다기 보다는 구조적 요인으로
경쟁력을 잃었다는 진단이기 때문에, 신규 채용인원을 줄이는 정도였던
과거의 불황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기존 고용자도 줄이려는 움직임이 폭넓게
번진 탓으로 실업율이 급상승했다고 보는게 옳다.

또 제조업고용비중이 90년대들어 지속적으로 감소, 고용탄력성
(취업자증가율/GDP증가율)이 떨어지고 취업이 불안정한 상태인
서비스.판매직 종사자가 늘어나는등 고용구조 불안정추세가 이어지다가
경기급랭을 맞는 결과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

"소득1만달러"가 달성된 지난 95년 우리나라 제조업취업자 비중을
23.4%로 명목소득은 같지만 구매력이 훨씬 컸던 일본 대만 독일의
1만달러 진입시점에 비해 2~11%포인트나 낮았다.

현재의 경기흐름과 고용구조를 종합, 노동경제연구원은 고실업율시대를
예고하고있다.

고학력자, 40대이후 중장년층의 실업증가가 특히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실업자에 대한 전직훈련등 정부대책이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안정을 위한 노사쌍방의 노력이다.

모두 고용현실을 직시하고 일자리를 중히 알아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