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로 곤욕을 치른 제일은행이 또다시 삼미그룹에 물리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제일은행은 94년 11월 효산그룹이 부도나기 전까지만해도 리딩뱅크로 업계
정상의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거래업체이던 유원건설(95년 4월) 우성건설(96년 1월) 한보철강(97년
1월) 등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제일은행도 함께 기울고 있다.

부실에다 대출부조리까지 곁들여 최근들어서만 3명의 은행장이 구속 등으로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금융계과 국민들은 그동안 "은행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불문율로
여겨왔다.

망하더라도 최소한 정부가 떠받쳐줄 것이라는 믿음도 강했다.

그러나 제일은행이 부실여신으로 그로기상태에 몰리자 "은행이 망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생겨나고 있다.

제일은행은 이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7일 유시열 한은 부총재
를 은행장으로 영입하기도 했지만 한달도 못 넘기고 다시 부실을 맞았다.

제일은행은 한보부도로 인해 이자수입이 1천2백억원 줄어들고 대손충당금
등 1천8백억원의 적립부담이 생겨나 3천억원의 수지 악화가 생겨났다.

여기에다 삼미까지 터졌다.

삼미그룹에 대한 제일은행의 총여신은 17일 현재 2천4백67억원.

삼미로 인해 제일은행은 2백70여억원의 이자수입 감소가 발생하고 적립부담
은 약 4백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어림잡아 4천억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업무이익 4천4백32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올해 업무이익 목표가 5천5백억원이고 보면 벌써 3분의 2를 갉아먹은 꼴이
됐다.

제일은행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원보수 30% 반납 등 3천억원대의
자구를 단행한다고 하지만 이미 상황은 제일은행이 통제할수 없을 만큼 변해
있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요즘 제일은행과 관련해 조금만 불리한 소식이 알려져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본금융기관의 3월말 결산과 맞물리면서 조달코스트가 30bp
(1백bp=1%)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났다(유행장).

이에 따라 통안증권 중도환매를 통한 유동성 지원과 한은 특융(연3%) 등을
포함한 "제일은행 살리기"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참에 제일은행을 합병해야 한다는 소리도 내.외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