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가 전격적으로 시행된지 3년8개월만에 드디어 보완책이 마련될
것 같다.

이번 보완조치의 기본방향은 차명금융거래를 금지하고 위반자를 형사처벌
하는 내용의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하되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기 위해
특수한 경우에 한해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비록 늦었지만 우리는 이같은 보완조치추진을 환영하며 침체에 빠진
우리경제가 활기를 되찾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금융실명제가 시행된뒤 그 시행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우리경제에
미치는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자금을 양성화하는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무기명 장기채권의 발행과 같은 보완조치가 금융실명제의
근본취지에 어긋나며 어렵게 정착된 제도를 무력화시킬 염려가 있다는
반론 때문에 좌절됐다.

또한 현행법상 합의차명인 경우 지하자금이 제도금융권을 통해 유통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지하자금양성화의 효과자체도 의문시됐다.

따라서 이번에도 차명금융거래에 대한 단속을 통해 금융실명제의 허점을
막고 금융종합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함으로써 제도의 골격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애쓴 것이다.

그동안 거론됐던 무기명 장기채권의 발행이 배제된 것도 같은 취지로
이해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동안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며 정착단계에
접어든 금융실명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확립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오해나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조치로 종합과세 최고
세율을 선택할 경우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한편 실명확인의 실익이 적은
소액금융거래를 확인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증여 또는 탈세혐의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금출처조사를 하지 않는
조치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한가지는 실명거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자금세탁방지법"
의 내용이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경우 일선 금융기관의 신고의무를 강화하고 전주와 금융기관직원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죄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예금유치경쟁이 치열한 우리의 금융풍토에서 지나치게 형벌만
무겁게할 경우 자칫 법규정이 사문화될 염려도 없지 않다.

그경우 중소기업지원 금융기관출자금이나 벤처자금 등에 한해 과징금을
물린뒤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한 양성화유도조치의 효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과거에 논의됐던 대금업의 도입과도 밀접히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끝으로 이번 보완책은 기본방향만 제시됐을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는데 경제활성화를 꾀한다는 취지에서 볼때 입법조치를 완료할
때까지 너무 시간을 끌지 않아야 할것이다.

여론수렴을 위한 공론화과정도 좋지만 정책시행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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