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은 19일 노-사-정 전문가들을 초청, "고용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서울 대한상의에서 고용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제도와 의식의 개혁이 없는한 고실업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자들은 취업능력을 개발하고 기업은 감량경영보다는 인력의 효율적
배치 등을 통해 고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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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상 < 한국노동연구원 고용보험연구센터소장 >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고용불안은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총체적인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제도개선에 실패할 경우 심각한 고용불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제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고용이 위축되고 있는데다 한국경제가 중성장시대로 진입함으로써 고용창출
능력자체가 둔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안정적인 고용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몇가지 문제가 해결되야 한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임금안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경제가 어려울 때 근로자가 임금인하를 수용하는
양보교섭(concession bargaining)이 흔하게 발생하듯이 근로자들도 임금
인하나 동결을 수용하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 기업은 노사협의를 거쳐 능력과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탄력적
임금체계로 전환해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 역시 고비용구조의 원인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돕는 한편 사교육비등 불필요한 생활비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다른 과제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들 수 있다.

세계가 단일 경제권에 들어가면서 기업은 대외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방식과 조직을 갖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다기능-고기능 전략을 통해 고용안정을 유지해온 일본과 독일이 최근
임금과 근로자의 수량적 유연성 추구로 돌아선 게 대표적 예다.

근로자들은 힘의 논리가 아닌 시장의 원리로 고용문제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일시적으로 고용불안 심리를 가져올 수 있으나 유연화
자체가 실패할 경우 대규모 장기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고비용 구조 개선을 위해 임금안정과 고용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꼭 경쟁력을 강화시켜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은 근로의욕을 상실시키는 감량경영을 하기 전에 인력의 효율적
재배치와 근로시간과 임금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탄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또한 산업구조조정과 고용조정의 원활화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규근로자에 대한 고용은 보다 유연하게 하는 대신 파견근로 임시근로
계약근로 등의 법적기반을 조속히 마련해 이들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임금안정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과 함께 꼭 병행되야 할 것은 근로자들의
직업능력의 개발이다.

유능한 인적자원은 자산이지만 무능한 인적자원은 부채와 같다.

따라서 인적자원의 자산화가 곧 경쟁우위의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다.

인적자원을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선 <>손끝의 기능 <>머리속의 지식
<>마음속의 태도를 조화롭게 개발하기 위한 평생직업능력개발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근로자들은 무한경쟁시대에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길이 스스로 취업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 직장에서 일자리를 보장받는 직장안정에 집착해 고용보호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의 변화과정에서도 어떤 일이든 수행할 수 있는 직업
능력을 개발해 전체 노동시장내에서 고용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기업들 또한 근로자에 대한 교육훈련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근로자들이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 향상시키면서 이들이 보람과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 역시 공급자 위주의 직업교육훈련체계를 보다 유연한 수요자 중심의
훈련체계로 전환해 모든 국민에게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직업훈련체계를 개편해 1회적인 양성훈련 중심의 훈련체계를
재직근로자에 대한 향상.재.전직훈련 중심의 평생직업훈련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