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우리고유의 고부가가치상품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

예로부터 전해내려온 전통문화를 소재로 상품을 개발, 수출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늘고있다.

이와 함께 독특한 우리 고유 기술을 과학화하고 체계적인 생산공정을
거쳐 만든 상품으로 수출을 증대시키려는 움직임이 중소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천연소재의 문발및 커튼업체인 가람예공, 공예품업체인 보광퓨터,
놋쇠제품전문업체인 납청유기, 실크제품업체인 흥진, 공예품및 액자업체인
대진 등은 최근들어 신제품을 속속 개발, 수출에 나서 해외바이어로부터
호평을 받고있다.

또 광주요 동국요 세창도예 흥진요업등 도자기제조업체들은 중소기업청
산하 요업기술원과 산.학.연컨소시엄을 구성, 도자기의 수출활성화를 위해
도자기생산공정의 자동화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중소업체의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시장에서 "우리고유의 것"이 담긴
상품만큼 경쟁력있는 품목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인식아래 "전통의 현대화"를
통한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

문화상품의 수출은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면서
외화를 획득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수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있다.

가람예공은 지난1월 독일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하인텍스타일전시회에
각종 발형태로 된 블라인드를 출품,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등 유럽10개국과
수출을 상담중이다.

이 회사의 제품은 천연소재인 삼베 칡줄기 갈대 닥나무껍질 싸리껍질등을
"모시짜는 베틀기법"을 응용한 기법으로 제조된 것이다.

문발바탕에는 우리고유의 산수화를 새겨넣는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있다.

현재 미국의 유통회사인 콘래드사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납품하고
있으며 유럽에는 "W&W"라는 브랜드로 수출하고있다.

올해 수출목표는 3백만달러.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내추럴리즘이 각계에 유행하는 유럽지역에 "동양의
신비"를 간직한 우리문화상품이 크게 어필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관계자의
얘기이다.

주석을 원료로 한 공예품전문업체인 보광퓨터는 보물 287호인 백제
금동대향로의 미니어처를 개발,일본 시장진출에 나선다.

이 회사의 임부원사장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6개월간의 작업끝에
완성된 이 제품을 최근 일본 나고야 메이데스백화점의 기획전에 출품,
수출상담중에 있으며 오는4월에는 오사카식품박람회에 전통술잔 식기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실크소재업체인 흥진도 넥타이에 우리고유의 남대문 동대문등을
현대적감각에 맞게 그려넣어 일본지역에 대량수출을 시작했다.

올해 2백만달러의 실크넥타이수출을 기대하고있는 이 회사는 신라시대의
천마도등을 현대적으로 응용한 그림을 넣은 스카프도 개발, 수출할
계획이다.

중요무형문화재 77호 보유자인 이봉주씨가 경영하는 납청유기는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방짜유기기술로 수백년의 고풍을 간직한 제기, 꽹과리
징 식기류등 각종 놋쇠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

최근엔 궁중요리에 쓰이는 식기 술잔 접시등을 개발,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개량한복업체인 질경이옷은 통상산업부로부터 전통기반기술조성사업체로
선정돼 천연염색기계화작업에 들어간 업체.

질경이옷의 천연염색연구소장인 이기연씨가 전통천연염색의 대가인
한상원씨로부터 기술전수를 받아 이 사업을 추진하고있다.

쪽풀 나무껍질 뿌리 열매 벌레집등의 자연재료로 염색하는 기법이
수작업에서 탈피, 기계화될 경우 "우리고유의 색깔이 담긴 한복"이
세계시장으로 대량 수출될 전망이다.

대한민국명장19호인 천환봉씨가 경영하는 문경요도 조선시대 서민들이
사용하던 사발등 각종 집기를 일본에 수출하고있다.

올해 예상수출액은 15만달러이다.

이밖에 요업기술원은 행남자기 청계자기 제일소재등 12개업체와
한국자원연구소, 한양여자전문대학등과 산.학.연공동으로 청자 백자
분청사기의 원료, 유약및 생산공정자동화의 개발에 들어간다.

전통도자기의 고유기술을 과학화시켜 보다 활발한 수출을 도모하겠다는
것.

현재 국내에서는 1천여개의 전통도자기제조업체가 있으나 대부분 영세해
단순전래기술을 답습하고있는 실정이다.

3개년계획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올해 4억6천4백만원이 투입돼
청자의 소지, 유약의 개발은 해평요 세창도예 동국요에서, 백자분야는
흥진요업 제일소재, 분청분야는 광주요가 참여한다.

도자기생산공정의 자동화기술개발은 행남자기 기술연구소가 맡는다.

장기중요업기술원장은 "이 기술개발과제가 완료되면 도자기원료와 소지,
유약개발과 공정개발기술을 데이터뱅크화, 업체에 기술이전함으로써
전통도자기업체의 기술력을 제고시켜 도자기를 주력 수출산업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