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햇살은 초봄이라도 역시 따사롭다.

BMW가 신형 스포츠카 "M로드스터"의 시승장소로 스페인 남부의 헤레즈를
선택한 것도 지중해의 햇살에서 M로드스터의 이미지를 찾아보라는 암시가
아닐까.

지중해 해변에서 만난 M로드스터의 첫 인상은 따사로움이었다.

외관에서 스포츠카가 풍기는 압도감은 찾을 수 없다.

빨간색이면서도 요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다.

금방 친근감마저 들 정도다.

전체적인 라운드스타일은 이미지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우선 실내 디자인이 깔끔하다.

군더더기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잘 정돈된 계기판은 원형미를 강조해 외관과 조화를 이룬다.

내부도 투톤 컬러로 조화를 이뤄 안정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몸을 뒤에서 감싸 안는듯한 버킷 시트는 더욱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M로드스터의 첫 인상은 시동을 걸면서 바뀌어 버린다.

머플러를 통해 터져나오는 6기통 3천2백cc 엔진의 박동은 폭발할 듯한
파워를 손끝까지 짜릿하게 전해준다.

헤레즈서킷을 벗어나 왕복 1백60km의 시승코스에 접어들자 M로드스터는
사자로 변한다.

2단으로 기어를 당기자 곧 몸이 시트에 푹 파묻힐 정도로 시원한 가속력이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백km에 도달하는데 고작 5.4초가 걸릴 뿐이다.

속력을 낼수록 차체는 지면으로 가라앉아 안정감을 더해준다.

기어를 5단으로 밀어넣자 속도계 눈금은 단숨에 2백30km를 가리킨다(최고
시속은 2백50km).

지붕을 벗겨낸 상태였지만 옆에 앉은 동료 기자와의 대화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시끄럽지가 않다.

차체와 핸들의 떨림현상도 없다.

BMW의 명성답게 오히려 고속일때가 더 즐겁다.

시속 1백km에서 급제동을 걸어 봤다.

차체가 쏠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ABS 덕분인지 뒤를 내다봐도 스키드마크 조차 없다.

M로드스터의 제맛은 코너링인 것 같다.

구불구불한 산길로 접어들면서 매끄러운 핸들링과 차체의 안정감은 운전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물론 옥의 티는 있다.

럭비공처럼 생긴 룸미러(실내거울)는 우회전시 운전자의 시각을 가린다.

시승에 자리를 함께한 실내 디자인 담당자 마르티나 바흐만씨도 보완해야할
부분이라고 시인한다.

또 하나 굳이 흠이라면 트렁크가 협소하다는 것.

M로드스터가 전형적인 스포츠카의 감각과 더불어 "생활형" 차로서의 기능을
최대한 살렸다는 BMW의 소개와는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다.

가격은 9만1천5백마르크(약 5천만원), 아직 한국시장 판매계획은 구체화
되지 않았다.

< 헤레즈(스페인)=김수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