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1절이 되면 방송을 포함한 언론은 특집방송을 하고 독립운동관련
기사들로 메워지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식민지기간"이라는 용어이다.

언제부터 이말을 썼고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필자는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강제점령기간" 혹은 "강제침략기간"이라 써야 옳다고 보며, "식민지"라는
용어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양육해 준다" 또는 "직할지로 삼아 편입한다"는
말인데 어느쪽에서 먼저 사용했겠는가.

당연히 보살펴 주었다는 쪽에서 먼저 사용했고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제점령당한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식민기간"이라는 용어보다는
"강제점령기간"이라는 용어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침략에 대한 배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식민지"라는
용어는 자칫 자기부정, 즉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한일합방"이
성립되었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고 우리청소년들에게는 강자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돼 국가미래에 대한 웅지를 펴지 못하는 굴레가 될 염려에서이다.

3.1절을 맞아 "바람직한 한일관계"에 관한 개인들의 의견발표가 있었는데
"힘을 키우자" "좋은게 좋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 "줄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얘기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필자는 "반드시 그렇게하는 것 만이 현실적이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싶다.

우리가 과거를 어물쩍 덮어두자는 발상은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의 약점으로
간과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과거를 쉽게 잊는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근본정신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기술을 추월해야 한다"느니,
"문화적 우월감을 그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또는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
는 말들은 중도하차 하기 십상이며 국민전체가 목표의식이 없고 구심체를
이루지 못한다면 일본인들의 우월의식 논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김연중 < 동국대 대학원 연구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