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에 대한 인식도조사는 미국시장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단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상대국임에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기초조사
한번 없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먹구구식 교역을 해왔던게 사실이다.

대미무역의 적자폭이 해마다 벌어지고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시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조사결과는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에 대한 인식도는 기대치를 훨씬 밑돌아 실망스런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한국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 조차도 한국을 찾아 다니기에 어려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인들을 사귀기가 어렵다고 대답하고 있다.

또 한국은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70년대 이후 무역규모가 급증하고 전자제품 기계등 고부가가치 상품시장에
진입,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인식은 별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낮은 인식도 때문에 한국제품은 여전히 질이 낮고 값싼 제품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응자세도 문제이다.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우리의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미국 언론에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 기업 단체등 어느 부문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우리 입장을 알릴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음에도 "노 코멘트"로 침묵을
지킴으로써 한국의 이미지형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국정부와 기업등의 경제주체들이 잘못된
비난에 대해 대응할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데도 한국으로 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언론보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실 한국경제는 글로벌화 되면서 그 기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의 성장을 위해 한국은 유.무형의 물적 인적 자산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성장의 고삐를 당기고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절실함은 물론이다.

그러함에도 상황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만을 살펴봐도 한국은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일본을 비롯 대만 홍콩등 아시아국가들,터키등 유럽국가들은 미국내에서
홍보비로만 수백에서 수천만달러씩을 쏟아붓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홍보관련분야에 2백명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곧 국가이미지가 상품이미지와 직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의 다섯번째 무역국가인데 한국상품을 사용하는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조차도 한국상품인 줄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인식도가 낮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