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보람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에 있지않고 어떻게 살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이런 얘기를 할 만큼의 나이는 결코 아니지만 나름대로 현재의
내 모습에서 나는 보람을 찾는다.

나는 CAD 패터너다.

패터너란 디자이너 머천다이저 코디네이터 등과 같이 패션산업에
종사하는 전문인으로서 무형화된 디자이너의 감성을 유형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현업에서는 유행을 예감하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스케치나 제품
사양서에 근거하여 옷본을 제작하고 수정, 보완하는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감성과 일치하는 실루엣을 연구하고 제작하여
완성한다.

과거에 패턴은 1백%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으며 하루종일 책상앞에서서
할수 밖에 없는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패터너는 여성과는 거리가 먼
직업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의 패턴실 상황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CAD 시스템이 도입되어 기존의 수작업으로 수행되던 일들이 컴퓨터라는
도구를 이용해 전문화 기능화 되었으며 여성패터너라는 고정관념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CAD 도입이 패턴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지난 시즌의 패턴저장.보관이 용이하고 육안으로는
한눈에 볼수 없는 범위까지 축소하여 볼수 있다는 점, Grading (사이즈
전개), Marking (원단요척)이 정확하고 쉬워졌다는 것이다.

패턴에 입문하기전 나는 디자이너였다.

의상학과 졸업후 디자인실에 입사하였고 디자인실 근무중 평면에서
입체로 완성되어지는 옷을 보며, 그 과정에 관심을 가졌었다.

차차 패턴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갔고 급기야는 패턴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알게된 것이 S.M.A (Seoul Modelist Academy)이다.

이곳에서 6개월간 수작업패턴과 CAD 패턴을 교육 받았다.

그리고 지금의 (주)보성에 입사하게 되었다.

(주)보성은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케쥬얼 의류를 제작하는 회사였고
기회가 좋아 수작업패턴과 CAD를 병행할수 있는 통합개발실에 입사하게
되었다.

CAD시스템은 도입증가 추세임에 비해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고
현업에서는 수작업으로만 패턴을 제작하는 패터너보다는 점차 CAD 작업
능력을 겸비한 패터너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또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차별없이 인정받을수 있는 좋은 분야라고
확신한다.

가끔 어떤 이는 내게 묻는다.

디자이너가 더 화려하고 여성으로서 폼나는 직업이 아니냐고.

하지만 내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원하던 일을 하는 것이고,
그 일에서 보람도 기쁨도 배로 느낄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패턴사의 꿈을 키우며 정진하는 모든 이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목표에의 정진에 용기와 노력이 절실하듯 그후에 얻는 기쁨 또한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