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에 대해 세제측면에서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강경식부총리의 발언은 여러가지로 주목할 만하다.

금융실명제는 이 정부가 기회있을 때마다 "업적"으로 자랑해온 것이고,
강부총리는 5공시절인 지난 82년 이 제도를 최초로 들고나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금융실명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하경제의 양성화와 공평과세 실현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이후 지하경제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없지 않고, 최근들어서는 이 제도가 과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집권당인 신한국당도 그동안 여러차례
보완론을 들고나왔고,그 결과로 <>12년이상만기 SOC(사회간접자본)채권
<>미성년 자녀명의 상속세면제 장기저축(최장 10년)등을 상반기중에
내놓겠다는 당-정간 합의도 있었다.

강부총리가 밝힌 "추가적인 보완"이 이미 당-정간에 합의됐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은 이들 장기저축의 실시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내용의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지난 82년 강재무장관(당시)이 들고 나왔던 금융실명제와 대통령긴급
명령으로 실시된 현행의 그것간 차이는 전자가 단자 신용금고설립 등으로
실명전환하는 "검은 돈"에 대해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데
반해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강부총리의 실명제보완이 특정형태로 실명화할 경우
출처조사를 배제하는 형식이 될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상속 증여세시효(10년)보다 긴 다소 낮은 금리의 무기명채권발행과
그 취득자금에 대한 출처조사면제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강부총리의 실명제에 대한 "인식"이 기본적으로 매우 현실감이
있다고 본다.

금융실명제는 실시된 후 3년여동안 강부총리의 표현대로 "사정의
수단"에 치우쳐온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과거를 밝힐 수 없는 검은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한채 계속
비정상적인 형태로 떠다니거나, 변칙적인 실명화기도 등으로 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례도 적잖이 빚어진 것도 사실이다.

금융실명제만 실시되면 당장 사회가 정의로워질 것처럼 이 제도를
과대포장, 국민들의 기대감을 지나치게 부풀린 것은 잘못이었다.

실명제의 기본취지를 살리면서 마찰을 최소화하는 보완작업은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념적인 시각도 강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검은 돈에 대한 출처조사배제 등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비판론이
제기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금융거래가 실명으로 이루어지도록 정착시키려면 "과거"에
대한 수용조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게 현실감이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불과 두달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하루빨리 "보완"을 구체화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