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행정이 바야흐로 장년기에 접어들었다.

국세청이 출범한 것이 3일로 스물한돌을 맞은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세제와 세정은 경제개발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데
밑거름이 돼왔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곳곳에서 개선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계층간 과세의 불공평문제등에 대한 불합리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납세자의 권익보호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세무간섭을 줄이고 자율세정의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조세의 날 31주년을 맞아 차병권 서울대 명예교수,
손상모 한국전략경영컨설팅 회장, 최광 한국조세연구원장, 이석희 국세청
차장을 초청해 본사 신영섭논설위원의 사회로 조세행정의 발자취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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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 = 박영태기자 ]


<> 신영섭논설위원 =지난 66년 3월 국세청이 발족해 벌써 서른한돌을
맞았습니다.

이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국세행정에 대한 개괄적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차병권 서울대 명예교수 =국세행정은 일단 양적으로 상당히
규모가 커졌습니다.

국세청이 발족한 66년도 국세청 소관 세수규모가 7백억원에 불과했으나
96년에는 59조1천8백억원으로 늘어나 대략 8백배이상 팽창했습니다.

같은 기간동안 GNP(국민총생산)의 규모는 30배정도 증가했으니까
상당한 양적 팽창이지요.

세수규모가 중앙정부 일반회계세입에서 점하는 비중도 45.5%에서
88.6%로 높아졌습니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과세의 공평을 높이면서 전산화등의 노력으로
세무행정의 효율화를 기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 손상모 한국전략경영컨설팅 회장 =발족당시 7백억원으로 잡았던
국세징수목표도 상당히 의욕적인 것이었습니다.

당시 세수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재원으로 긴요하게 활용되다보니 세정도
자연히 세수증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러다보니 조세행정에 상당한 무리도 따랐습니다.

납세자의 입장은 무시됐고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세정으로 변질됐습니다.

그래서 납세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기도 했습니다.

반면 투자공제제도,특정산업에 대한 조세감면등의 조세정책은 우리나라의
중화학공업 발전에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들어 일선 세무관서의 서비스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개선됐습니다.

그동안 합리화 선진화시책을 꾸준히 펴온 결과로 보입니다.

여기에서 납세자권리현장이 제정되면 납세자들의 신뢰도 한층 회복돼
조세행정이 보다 민주화 선진화될 것으로 봅니다.

<> 이석희국세청차장 =그동안 세수규모가 커진데 비해 종사직원이나
세무관서는 크게 늘지않았습니다.

발족당시에 77개 세무관서에 직원수가 5천여명이었으나 현재는 1백36개
세무서에 1만7천8백여명으로 직원은 대략 3배정도 늘었습니다.

세수가 8백배이상 늘어난것과는 비교가 안되지요.

납세자측면에서도 가동법인이 6천5백개 정도였으나 지금은 14만개나
됐습니다.

개인사업자도 66만명에서 3백64만명으로 5배이상 증가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동안 지적돼왔던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고 납세자에게
좀더 다가가기 위해 세무관서의 문턱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조세의 날을 맞아 대국민서비스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공무원증을 철저히 패용토록해 행정실명제를 정착시켜나갈 것입니다.

<> 최광조세연구원장 =세무행정이란 납세자와 징세자간의 상호작용이라는
면에서 제도와 운영에 대한 상호간의 의식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경제와 사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의식은 아직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세무행정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제도나 의식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세무행정을 세계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일선공무원
뿐만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앞으로는 행정실명화, 서비스의 실명화를 더욱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신논설위원 =경제성장기의 제1목표는 역시 고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내자동원의 극대화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세정의 목표도 세금을 얼마나 잘 거두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납세자들의 편익이나 권리보호는 소홀히 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납세자권리헌장이 제정되면 이것이 세정에 어떤 의의를 가지며 납세자의
권익보호와 편의증진에 어떤 효과를 가질 것인지 말씀해주십시오.

<> 차명예교수 =국세청의 행정능력을 향상시키고 납세자의 납세협력과
납세도의를 높이게 될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세청 창설이전부터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돼 있었습니다.

세법의 규정대로 세금을 내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있습니다.

이같은 열악한 납세도의를 향상시키고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세를 징수하는 당국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무행정도 처음부터 납세자의 성실성을 의심할 것이 아니라 성실납세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여기에다 중복조사 금지,납세자의 사생활보호,세무조사 결과 통지등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이차장 =지난해 기본법 개정으로 납세자 권익보호에 전기가
마련됐습니다.

사실상 과세표준양성화의 정도라든지 납세자의 수준등 세정 전반의
환경을 감안하면 다소 이른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향적인 자세로 헌장제정을 추진키로 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헌장제정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헌장에는 납세자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제공, 친절봉사 뿐만아니라
납세자의 협력의무도 담을 생각입니다.

올 7월1일부터 사업자등록증 교부때나 세무조사때 납세자권리헌장을
배부할 것입니다.

지난해 선진화작업을 시행하면서 납세자 권리구제차원에서 과세적부
심사제를 실시했는데 납세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고있습니다.

<> 손회장 =납세자들의 편의증진을 위해 우편이나 PC를 통한 납세신고
방식을 더 확충해야 할 것입니다.

납세자권리헌장이 제정된다해도 세무공무원이나 납세자의 상호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처럼 단지 "선언"으로 그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 최원장 =금융실명제와 더불어 납세자권리헌장의 제정을 문민시대의
업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구의 경우에는 납세자권리헌장이 납세자들의 투쟁의 산물로 얻어진
것입니다.

반면 우리의 경우에는 정부가 먼저 나서서 헌장제정을 구상한 것으로
우리 세정사에 남을 공적입니다.

<> 신논설위원 =새로운 국세통합전산망이 본격 가동돼 앞으로 세정은
보다 과학화되고 투명화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 차명예교수 =세정전산화로 보다 효율적인 세원관리가 이루어져
근거과세를 정착시킬 것입니다.

이에따른 공표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세무행정 능력이 향상되면 자연히 탈세도 줄어들겠지요.

<> 이차장 =국세통합전산망이 본격 가동되면 국세행정은 보다 과학화
객관화 투명화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세금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이를 기초로
성실성 정도를 판단하고 세무조사를 벌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세무조사가 자의적이라는 불신이 있어왔는데 이를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통합전산망의 가동으로 대장작성 통계작성등 각종 통계작업 업무도 크게
발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손회장 =국세통합전산망이 가동된다고 해서 조세행정의 선진화가
보장되는것은 아니지요.

먼저 일선 세무공무원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성실납세가 손해라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변해야 합니다.

또 일반국민들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심한 거부감과 함께
피해의식마저 갖고 있습니다.

수집된 정보를 국세와 관련된 부분에만 활용되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차장 =납세자들의 정보는 오로지 과세목적에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업무담당자 이외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정보의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또 각부처간 정보를 온라인화하자는 요구가 많지만 정보유출이나
해킹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온라인은 제한적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 신논설위원 =자율세정의 정착과 탈세방지가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국세통합전산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차명예교수 =납세자의 성실신고와 세정의 효율화 투명화는 국세청의
조사기능에 달려있습니다.

이는 국세통합전산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조세행정관청 공무원의 90%가 조사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사기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국세청의 조사기능이 강화되면 당연히 무자료거래도 사라질 것입니다.

<> 손회장 =통합전산망이 가동된다해도 자율세정이 정착되지 않으면
탈세포착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무자료거래를 엄격하게 따져 원천을 철저히 분석하고 추적해
밝혀내야 합니다.

엄정히 따지면 무자료거래는 척결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이차장 =자율세정을 위해 납세자에게 신고과정에 필요한 정보
자료를 제공하고 홍보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불성실한 신고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사를 할 방침입니다.

무자료거래는 복잡한 유통단계와 납세의식 미비로 빚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국세청에서는 우선 생필품을 중심으로 "거래질서 정상화 협의회"를
구성해 자정노력 유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간이과세나 과세특례자제도등 제도상의 문제점때문에 탈세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업종이나 지역에서는 이 특례제도를 폐지할 계획입니다.

<> 최원장 =소득을 산정하는 책임소재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서구에서는 소득산정의 1차적인 책임이 자기 자신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먼저 확산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율세정 확립의 기초가 마련될 것으로 봅니다.

또 정부가 솔선수범해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영수증주고받기를
철저히 해야합니다.

그리고 일반국민들 사이에 기장하는 습관이 일반화돼야 합니다.

사소한 물건을 구입할때 영수증을 일일이 챙기게 되면 자연히 기장이
되는 것입니다.

<> 신논설위원 =소득종류별, 특히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간 세부담의
불공평성을 해결할 수 있는게 세정에 대한 불신을 씻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입니다.

<> 차교수 =탈루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탈루가 어느정도 척결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려야 할 겁니다.

우선 덩치가 큰 대기업의 탈루를 막는데 주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성실납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와 같이 협약과세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협약과세제도는 납세자가 먼저 자진납부하고 1~2년뒤에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확정하는 과세제도입니다.

<> 이차장 =소득종류간 과세 불공평은 사업소득 부동산임대소득등에 대한
과표가 현실화되지 못한데서 비롯됩니다.

올해는 먼저 취약한 업종에서부터 전기세 수도세 집세 인건비등을
바탕으로 수익을 추정해 추징과표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 신논설위원 =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세수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 이차장 =목표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닙니다.

따라서 세수증대를 위한 활동을 강화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납세자들의 자발적 신고를 유도해나가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물론 호황업종이나 음성소득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징세할 방침입니다.

<> 신논설위원 =마지막으로 세정과 관련해 국세청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손회장 =우리 세법은 그동안 상당히 간소화됐음에도 아직도 어렵고
복잡합니다.

납세자들이 굳이 대리인을 두지 않더라도 납세신고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합니다.

납세신고절차가 간소화되지 않으면 자율세정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앞으로는 조세행정서비스가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봅니다.

세무간섭이 없고 세율이 낮은 국가를 찾아 기업들이 진출하는 시대가
곧 다가올 것입니다.

<> 차교수 =국세행정의 일관성이 납세자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세제가 정치논리에 따라 뒤죽박죽되어서는 안됩니다.

또 탈세했을 땐 엄격히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확산시켜나가야 합니다.

<> 신논설위원 =세무공무원의 재량권이나 자의성을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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