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돌포 파텔라 < 서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

유니버설발레단의 유럽투어를 본후 오디션을 거쳐 입단하면서 맺어진
한국과의 인연도 벌써 6년이 됐다.

발레의 저변확대를 목표로 삼는 서울발레시어터에서 이리저리 공연을
다니다보니 한국과 한국인의 다양한 모습을 볼수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생활에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가면서 한국인에 대해 이해할수 있었고 이제는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됐다.

6년전에 비해 한국의 모습은 엄청나게 변했다.

그러나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대로 남아있는 문제점도 눈에 띈다.

대도시는 발전하고 있지만 시골은 대도시에 비해 문화적으로 너무나
뒤떨어져 있고 발전의 혜택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반도국가라는 면에서 한국과 환경이 비슷한 이탈리아에서는 소도시(시골)의
기본적인 삶의 방식은 변하지 않지만 대도시가 발전하면 소도시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되어 간다.

한번은 서울의 백화점에 쇼핑하러 간 적이 있었다.

시골억양의 아줌마들이 에스컬레이터를 보며 몹시 신기해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도 너무나 다르다.

지방공연때는 실내공연장이 마땅치 않아 야외무대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외국인을 보는 관객의 시선이 서울공연때와는 판이하다.

많은 시골사람들은 외국인에게 호기심어린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교육수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또한 시골사람에게는 편견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빨리 고쳐져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발레를 보는 시각이다.

발레는 상류사회만을 위한 고급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최초로 리듬을 창조한 사람들이 원시인이란 점을 상기해보면 발레가
상류사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반면 한국생활에서 마음에 드는 일도 많다.

외국인들은 분단국가인 한국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만큼 안전한
나라도 드물다.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흔히 발생하는 범죄가 한국에는 거의 없고 혼자서
거리를 걷다 괴한을 만날 걱정도 별로 없다.

또 한국인들이 노래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점은 행복과 우애를 나타내
주는 단적인 예다.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함께 노래를 부르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 같다.

"언니" "형" 등의 호칭에서 많은 사람들과 가족애를 나누며 지내는 한국인의
심성을 읽을수 있다.

그냥 지켜봐도 사랑이 배어나는 것 같다.

외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인정받기가 매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내가
한국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무척 기쁘다.

그리고 이런 한국사회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 공연때마다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는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