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유저들이 1천만명을 넘어선 자동차의 홍수시대.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시장의 주도자는 메이커들이다.

마케팅과 광고로 소비자들이 선택할수 있는 폭은 넓어졌다지만 항상
일방적인 정보뿐이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수 있는 더 객관적인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시장은 생산자가 주도해왔지만 이젠 소비자들이 앞장서는
시대로 바뀔겁니다"

월간 자동차전문잡지인 "카테스트"의 하광휘사장(36).

독립영화사 알부스필름을 경영하기도 하는 그는 오는 25일 창간호 발행을
위해 마무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테스트"는 말 그대로 각종 차들의 성능을 비교 평가해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겠다는 일종의 "컨슈머 리포트"형식의 잡지다.

소비자단체에서 가끔 발표하는 제품성능비교서들이 있긴 하지만
대중적인 잡지로 상업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사장이 이같은 쪽에 관심을 둔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당시 한 자동차회사가 충돌시험 결과를 광고에 활용해 짭짤한 효과를
보던 때였다.

이 충돌시험을 기획했던 자동차 전문기자 권오준씨와 이야기를 나누던중
하사장은 무릎을 탁 쳤다.

"각종 차들의 성능을 비교 분석해 소비자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주는
잡지를 만들자"

마음을 굳히자 곧 바로 사업준비에 들어갔다.

평소 알던 사람들에게서 자본을 모으고 이리저리 뛰면서 11월부터
본격적인 창간호 발행작업에 들어갔다.

권씨를 편집장으로 모셔오고 취재기자 6명등 16명의 사원을 모집했다.

독일 다트론사의 자동차성능측정기도 구입했다.

창간호를 위한 성능테스트에만 3천만원을 쏟아부었다.

각 메이커들의 타이어에 직접 못을 박아놓고 공기압이 시간당 어떻게
바뀌는지 실험도 했다.

그렇다고 딱딱한 성능분석기사만 준비한 건 아니다.

대중취향에 맞게 해외유명자동차 컨셉트도 싣고 자동차에 관련된
속설을 입증하는 재미있는 내용도 마련했다.

"팬벨트가 끊어지면 스타킹을 임시방편으로 쓸수 있다"는 이야기를
실제 테스트한 것이다.

취재기자들 훈련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

하루 10시간씩 자동차 분해결합훈련을 했고 적십자사에서 구급훈련을
하는등 전문성을 높였다.

이런 소식에 자동차메이커들이 아연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광고로 먹고사는 상업잡지인 만큼 마음 한구석엔 불안감도 있다.

주변에서 염려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는 "메이커들과 싸움하자는 건 아니다"고 단언한다.

제너럴모터스사와 맞붙은 미국의 소비자영웅 "랠프 네이더"같이 생산자와
전면전을 선포하는 소비자운동차원이 아니라 엄연한 사업이라는 뜻이다.

"소비자의 눈에서 바라보고 자동차메이커들을 격려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한다.

외국차와의 경쟁에서 이기기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믿음이다.

한마디로 따끔한 비판과 애정어린 격려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올바르게 세우겠다는 포부다.

새로운 자동차시장 문화를 꿈꾸며 지금도 서초동에 있는 한 건물에
16명의 젊은이가 모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자동차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모든 것을 판단해줄 것"을 믿으면서.

< 김준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