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해외자금을 못쓰게 정부가 나서서 막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기업인들이 입만 열면 하는 소리다.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지적되는 것중의 하나가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을 보면 국내기업의 95년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은
8.3%로 미국(7.4%)이나 대만(6.6%)보다 약간 높다.

하지만 매출액에서 금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5.6%로 미국(1.8%) 일본
(1.6%) 대만(1.7%) 등에 비해 3배이상 높다.

마진은 비슷한데 이자로 이렇게 많은 돈을 물어야 하니 경쟁력이 생길
턱이 없다.

한데 그 이유를 보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한두번 지적된 것도 아니다.

첫째는 높은 금리다.

우리나라의 명목금리는 13.8%이다.

금리가 높다는 대만은 7.3%이고 일본이나 말레이시아는 3~4%다.

실질금리도 우리가 3~4배 높다.

이렇게 높은 금리를 주더라도 돈을 빌려쓰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러저러한 규제가 많아서다.

더군다나 해외에서 값싼 돈을 쓰려해도 뜻대로 안된다.

상업차관은 말할 것도 없고 해외증권발행도 한도 용도 등을 까다롭게
규제받고 있다.

금융이 경제의 혈액이라면 혈액의 절대량만이 아니라 신선도도 떨어진다.

수익성 생산성 어느것 하나 외국보다 나은게 없다.

우리나라 은행은 수익성을 가늠하는 잣대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7%로 미국(26.1%) 영국(30.1%)과 비교가 안된다.

총자산이익률(ROA)도 0.44%로 미국(1.55%) 영국(1.23%)보다 훨씬 낮다.

생산성 역시 내놓기 부끄럽다.

우리나라 은행의 1인당 업무이익은 5천2백만원 수준이다.

이는 한국에 나와있는 외국계은행의 1인당 업무이익 1억3천8백만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은행이 다른 수입은 별로 없으니 중개료인 예대마진이나 따먹는 장사에
만족하고 오히려 이 비중은 더 커지고 있다.

93년에 1.91%이던 예대마진은 94년에 2.30%, 95년에 3.02%로 급증했다.

일본은 95년말 현재 1%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제대로 자금이 공급될리 없고 공급된다고
해도 금리가 엄청나게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국내기업들의 고질적인 차입의존형 경영이 금융비용가중의 또다른
요인이기는 하다.

상황이 여기에 이른 이유를 따진다면 우선은 정부의 과다한 규제를 꼽을
수 밖에 없다.

해외금융적의 문제는 전적으로 규제탓이다.

국내금융산업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경영개입, 여신과 예금 등 각종
영업상의 규제 때문이다.

영역별 업무규제 또한 종범쯤에 해당된다.

은행 증권 보험 종금 리스 카드할부 창투 등 업무별로 업종을 만들다보니
소비자나 기업에 토탈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만큼 수익성도 떨어졌다.

기업은 이 금융기관 저 금융기관 기웃거리며 부대비용만 부담해왔다.

이런 증세를 보이고 있는 환자가 소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혈액
공급량을 늘리고 신선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수혈(외자도입과 외국금융기관진출)이 필요하며 잘 먹고(저축증대)
체질을 든든하게(금융산업구조개편) 해야 한다.

그 주체가 누가됐던 할 일은 한가지다.

해외건 국내건 금율을 떨어내는 일이다.

규제를 풀어버리는 길만이 금융이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선택이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