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제2의 멕시코가 되는게 아닐까"

경기가 끝모를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이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상황이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94년의 멕시코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경상수지적자행진과 외채누증 원-달러환율불안 등 각종 지표의 추이만을
보면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다.

멕시코사태는 다른게 아니다.

한마디로 정부의 지불능력상실이다.

자칫하면 연일 계속되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수렁에 빠진 우리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물론 이런 우려가 아직은 성급한 예단인건 분명하다.

그러나 적어도 외환위기 징후가 여러 요소에서 나타나고 있다는건 부인할
수 없다.

우선 경상수지와 외채 등 각종 지표가 그렇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2백37억달러적자를 기록했다.

사상최대다.

경상GNP(국민총생산.4천8백50억달러추정)에서 경상수지적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4.7%에 달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권고하는 기준선인 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외채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말 총외채는 1천3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상GNP의 21.0%나 된다.

이중 언제든지 외환위기를 촉발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는 단기외채는
56%가량에 달한다.

그렇지만 이런 지표의 절대수준만을 갖고 지난 94년 당시의 멕시코와
유사하다고 단정하는게 무리인건 사실이다.

총외채와 경상수지적자의 절대규모는 멕시코(1천2백83억달러와 2백94억
달러)보다 적다.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도 3백9억달러로 멕시코(64억달러)보다
월등히 많다.

외채원리금의 상환부담률도 6.8%로 멕시코(33.9%)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표의 흐름과 속도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경상적자의 경우 지난 95년 89억달러에에서 지난해에는 2백37억달러로
2.7배나 늘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경상적자는 30억달러를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정부억제선(1백40억~1백60억달러)을 훨씬 넘어설 공산이
크다.

총외채도 지난 94년 5백68억달러에서 지난해는 배가까이 늘었다.

총외채는 올해도 경상적자가 줄어들지 않는한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외환보유액도 지난 95년까지는 꾸준히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20억달러가량
감소했다.

더욱이 최근엔 외환시장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8백87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의 강력한 개입으로 일시적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현실상 환율은 더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외채원리금상환부담은 가중되고 외국인주식투자자금 등
국내에 들어와있는 외자가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흐름으로만 보면 "고페소화정책->경상수지적자누증->외자유치->
외채누적->환율자유화->단기자본의 급격한 유출" 과정을 겪었던 멕시코와
비슷한 형태를 닮아가고 있다.

따라서 올해가 중요하다는게 정부당국자나 기업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올해 얼마나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제2의 멕시코가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허고광 한은국제부장은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상황이 많이 다른 만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올해 경상수지적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국제경제팀장은 "정부가 일관성있는 정책을
확립하고 이를 밀고 나가지 않는한 멕시코위기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결국 중요한건 나라의 힘을 경제에 모으는 것이다.

힘을 모아야만 경상적자도 외채도 줄일 수 있다.

외환위기도 예방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사회사건이나 정치행사에만 힘을 낭비한다면 제2의 멕시코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