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임은 경북 의성군 다인면 소재의 다인초등학교 21,22회
졸업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음에 맞는 고향 친구들과 서로 허물없이 고향 이야기, 인생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지난 86년에 만든 친목회이다.

"인봉회"라는 이름은 모임의 일원인 박만호 대법관이 지었는데
다인면에서 인자를, 우리 마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비봉산에서 봉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우리 고향마을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젖줄을 머금고 비봉산 정기를
받아 예로부터 인재, 특히 어진 사람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제시대때 일본인에 의해 산과 절의 이름이 바뀌는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기도 하다.

비봉산의 원래 이름은 자미산이었는데 천 가 살았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보니 역시 전설의 동물인 봉황의 정기를 날려보낸다는 의미의
비봉산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비봉산 내의 대국사라는 절도 대곡사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인봉회"의 회장은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필자가 맡고 있으며
동대문 시장에서 수출업을 하는 윤응오 사장이 수년째 총무역할을 하고
있다.

모임은 약 3개월에 1번씩 개최되는데 봄, 가을에는 부부동반으로
야유회를 겸한 등반대회가 열린다.

건강상 자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고향 친구들을 만나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다보면 대포 한 잔 기울이는 정취가 그리 좋을 수 없다.

내 고향 다인면은 예로부터 쌀, 마늘 등 농산물이 유명한 고장이다.

그래서 우리 모임의 주요 행사로 농산물 임시장터 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의성군과 다인면에서 큰 트럭으로 실어온 농산물은 임시로 개설한
장터에서 약 1주일간 판매되는데, 이러한 공식적인 행사 말고도 우리 회원
모두가 수시로 주위 친지나 친구에게 우리 고장의 자랑인 무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회우너 중 인천 건영농산의 조태진 전무가 주로
담당하는데, 다인면장을 14년간 지낸 경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이 모음은 고향을 찾아 애향정신을 고취하고 고향을 돕자는 취질로
발전해 왔다.

그래서 각종 행사때에는 적으나마 찬조활동을 하기도 하고, 같은 값이면
고향에서 모임을 열어 고향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돌아오는 3월에도 모임을 갖기로 되어있는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고향
친구끼리 훈훈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벌써 기다려진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