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판매에 있어 마케팅의 중요성은 이미 두말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마케팅의 여하에 따라 아무리 질 좋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소비자를
유혹하는데 실패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돌파구는 고정
관념을 넘어선 마케팅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칠전팔기의 마케팅"이라는 자료를 통해 비록
시장에서 한번 실패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인식의 전환에 따라 얼마든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음을 몇가지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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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넥스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일회용 화장지란 말이 오히려 어색할 만큼 이 제품은 동일한 제품군에서
단연 대표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처음 여성을 위한 콜드크림 제거용으로 출시되었을 때는
지금처럼 성공적인 제품이 아니었다.

이처럼 모든 제품이 처음부터 성공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88년에 행해진 미국의 식품시장에 대한 한 연구에서는 70년대의
10년간 미국에서 나온 식품류중 불과 1%만이 시장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실패한 99%의 제품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제품 수명주기는 제품이 마치 사람의 일생처럼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에 도달해 마침내 수명이 다한다는 이론이다.

이중 성숙기는 기업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특별히
중요하게 여겨져왔다.

하지만 이제는 도입기로 눈을 돌려야 한다.

성숙기의 제품을 관리하는 것이 비용대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면
도입기에 실패한 제품을 관리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성의 차원을 넘어
낭비된 비용을 말 그대로 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제품의 수명주기에는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두개의 단절이 있다.

성숙기의 제품을 다시 제2의 성장기로 진입시키기 위해 넘어야할 단절이
그 하나라면 이보다 더욱 거대하고 돌파하기 어려운 대단절은 바로 도입기를
뛰어넘을 때 발생한다.

많은 제품들이 이러한 대단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꾸러지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제품들이 대단절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물론 제품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것이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로 제품을 개선하지 않는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나머지 하나는 바로 마케팅의 실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케팅 실패로 인한 경우는 실패를 돌이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잘못된 마케팅전략으로 실패한 경우에는 전략 자체를 수정해 다시 이
제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킬 수 있다.

이같이 마케팅의 변경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전개하는 일련의 활동을
재마케팅이라고 한다.

재마케팅은 다시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제품수명주기상의 도입기에서 실패한 제품을 재마케팅을 통해 다시 수명
주기상으로 진입시키는 재출시와 쇠퇴기에 접어든 제품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재활성화이다.

재마케팅의 체크포인트로 다음 몇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고정관념을 타파하라는 것이다.

재마케팅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소비자의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소비자가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면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과감히 고정관념을 돌파해야 한다.

밀러의 라이트맥주는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었다.

시장조사 결과 문제는 소비자들이 라이트맥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당시 맥주는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칼로리가 낮은 라이트맥주는 다이어트나 하는 소심한
사람이 마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라이트맥주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일지라도 실제 제품구매를 꺼렸던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밀러사는 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우선 저칼로리와 남자의 술이라는 모순된 인식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덜 배부른"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 개념은 주량으로 남성다움을 과시하려는 애주가에게는 더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주었다.

또 광고에도 남성다움을 상징하는 운동선수를 등장시켜 진정한 남자가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데 주력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밀러를 라이트맥주의
대명사로 만드는데 크게 공헌했다.

둘째 새로운 용도를 모색하라는 것이다.

3M의 "포스트 잇"은 많은 사람이 매일같이 쓰는 제품이다.

하지만 사실 포스트잇은 실패한 접착제로부터 유래한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원래는 접착제를 만들려고 했으나 원료가 잘못 배합돼 잘 붙기는 커녕 잘
떨어지는 제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떨어질 때 흔적이 남지 않고 여러번 붙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 접착제를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됐고 결국 포스트잇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실패한 제품도 의외의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종이컵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 이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 지금처럼 위생관념이 철저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공공장소에서 물을 마시는데 구태여 종이컵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너무 시대에 앞서간 종이컵 제조회사는 그대로 도산하고말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의외의 곳에서 종이컵의 용도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아이스크림을 일일이 그릇에 포장해 파는 것은 너무도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종이컵은 이러한 포장문제를 일시에 해결해 주었다.

결국 이 회사는 아이스크림 포장으로 종이컵의 용도를 변화시켰고 이를
발판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셋째 목표 고객을 바꾸라는 것이다.

목표 고객을 설정하라는 말은 이제 흔히 듣는 말이다.

하지만 목표 고객을 설정하고 제품을 출시했는데 목표 고객의 반응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재빨리 다른 목표고객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액센트는 원래 젊은층을 타겟으로 출시된 자동차였다.

"신세대 신감각"을 모토로 내세운 액센트는 신세대를 집중공략하는 전략을
짰다.

광고에서도 원색계열의 자동차를 등장시키고 광고내용에서도 신세대의
모습을 묘사해 이를 집중 홍보했다.

하지만 현대는 목표 고객을 전면 수정하게 되었다.

공략대상인 신세대의 구매력이 예상보다 매우 낮았던 것이다.

오히려 너무 신세대를 강조한 나머지 그 부작용으로 고객이 될 수 있는
30대가 액센트의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액센트의 마케팅전략은 대폭 수정됐다.

목표 고객을 신세대에서 구매력있는 30대로 전환하기 위해 "앞선 성능
앞선 기술"이라는 모토를 내세우게 된 것이다.

광고내용도 합리적인 30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바뀌었으며 광고에
등장하는 차의 색깔도 흰색이나 회색 등의 비교적 점잖은 색깔로 바뀌었다.

비록 현대자동차는 목표 고객을 잘못 선정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처럼
재빠른 목표 고객의 전환을 통해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넷째 소속 제품군을 변경하라는 것이다.

현대의 마케팅전쟁은 소비자의 머리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제품은 일용품에 속하지만 저 제품은 사치품에 속한다"는 식으로
소비자는 제품군을 나름대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한 제품은 대부분 목표제품군을 잘못잡는 실수를 저지른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사가 가장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전쟁터를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쎄븐업은 누구나 알고 있는 청량음료이다.

하지만 쎄븐업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평범한 소다음료수의 한 종류에
불과했다.

소비자는 쎄븐업을 콜라와 같은 청량음료가 아니라 오히려 주스 등과 같은
음료나 심지어는 소화를 돕는 약과 같은 음료로 인식하고 있었다.

회사입장에서는 쎄븐업을 콜라와 같이 자주 사먹을 수 있는 청량음료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절실한 과제였다.

이를 위한 방안이 바로 "Uncola" 캠페인이다.

즉 쎄븐업은 신세대의 청량음료이며 콜라가 가지고 있지 못한 맛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이 캠페인은 대단한 성공을 가져왔다.

"콜라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과 그 이상의 것.

쎄븐업(The Uncola.The Un and Only)"이라는 광고카피는 이러한 전략을 잘
보여준다.

이로써 쎄븐업은 일개 소다음료에서 청량음료로서 제품군을 옮김과 동시에
콜라의 대체품이라는 대등한 위치를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해 갖가지 경영효율화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효율화 방안은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과도한 의욕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효과적인 경영효율화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자사의 수많은 제품이 마케팅상의 실수로 인해 패배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아깝게 사장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자는 것이다.

한번 실패했다고 팽개쳐 두었던 제품을 재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신제품의 개발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보다 더 효율적인 경영합리화
방안은 없을 것이다.

쓰레기도 재활용되는 시대에 실패했던 제품도 분리수거를 거쳐 재활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초기에는 시장진입조차 실패했던 제품이 재마케팅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거울삼아 마케팅 리사이클링의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 정리=이혁수컨설턴트. 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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