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정에 따른 파업과 한보사태의 충격으로 우리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몸부림치는 요즘 일부 대기업에서는 침체 탈피에 앞장서기는 커녕 오히려
사치성 소비재 수입을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대기업들이 어린이의 사행심을 부추기는 카드를 비롯
액세서리까지도 무분별하게 수입하고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까지 개설하고
있다니 이를 탓하지 않을수 없다.

요즘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NBA 카드"는 밀봉된 상태에서 구입,
안에 들어있는 미국 프로농구 선수들의 사진에 따라 그 값어치가 달라지고
있다.

이 카드는 어린이들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별로 유익할 것이 없는 제품이지만
최근 미국 프로농구의 인기에 편승,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앞장서 수입
판매하고 있다.

또한 한 유명백화점은 미국의 영화사가 제작한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상품화
한 인형 의류 등을 독점수입 판매하기 위해 신규 매장을 잇따라 열 예정
이라고 한다.

얼마전 대우에서 앞으로 소비재수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재계는
현재의 경제난국을 고려, 앞으로 필요없는 소비재수입을 자제하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굴지의 대기업과 백화점이 시장규모가 그렇게 크지도 않은 조그마한
이익에 눈이 멀어 사치성 소비재일 뿐더러 청소년들의 사행심까지 조장하는
이런 제품을 수입판매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와 실업 증대 등 우리경제의 위기적 상황을 직시하고
경제회생에 적극 노력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은 사치성 소비재 수입은 당장
중지되어야 할 것이다.

민희정 < 경기 성남 분당구 정자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