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수수께끼중의 하나는 한때 번영하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문명들이다.

하나가 남태평양상에 있는 이스터섬의 문명이다.

이 섬은 총면적 122평방km의 폴리네시안 원주지로 인간의 거주지 가운데
가장 고립된 곳이다.

가장 가까운 남미대륙이 3천2백여km, 이웃 섬이 2천2백50km나 떨어져
있다.

이 섬은 1772년에 네덜란드의 탐험가 야곱 로게빈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원래 이 곳은 토양이 비옥한 화산섬인데다 남위 27도상의 온화한
기후인데도 발견 당시에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나무다운 나무는 한그루도 없었고 서식하는 식물도 거의가 잡초였다.

동물도 곤충류밖에 없는 다리만이 유일한 가축이었다.

또 당시 이 섬의 해안가에는 2백여개의 거대한 세상들이 늘어서 있었는가
하면 채석장에서 해안으로 통하는 길에는 7백여개의 완성석상들이 버려져
있었다.

가장 큰 석상은 높이가 10m, 무게가 82t이나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석상들을 일으켜 세워 옮길수 있는 도구나 밧줄을 만들
목재나 식물은 물론 가축도 없었다.

그 수수께끼를 푼 것은 과학자들이었다.

고생물학자들은 화분분석에서 이 섬에 오랜 옛날부터 거대한 임자수를
비롯한 관목과 갖가지 초류가 우거진 아열대삼림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고고학자들은 물고기화석에서 관목으로 만든 배를 타고 바다로
멀리 나가 잡을수 있는 돌고래를 비롯한 해산물이 폴리네시안의
주식이었음을 알아 냈다.

이 섬의 삼림은 인간이 정착한지 몇세기 지나지 않아 파괴되어 갔다.

서기 800년부터 파괴가 시작되어 15세기말에는 목재를 얻을수 있는
관목이 모두 멸종된 것과 더불어 돌고래의 뼈도, 동물이나 조류의 화석도
자취를 감추었다.

석상이 세워진 시기는 자연이 파괴된 13세기에서 15세기 사이다.

생활의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폴리네시안의 주술적 신앙이 깃들어 있는
것이었다.

이스터 문명의 멸망은 무분별한 벌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환경부 조사로는 한국의 우수삼림지역이 개발과 산불로 매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 가량씩 사라지고 있다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젠가 우리도 마지막 한그루의 나무를 베어야만 할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