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바야흐로 개성시대.

모난돌이 정을 맞는 시절은 끝났다.

어떻게든 튀어야만 주목받는 세상이다.

아카디자인 진은 이같은 "개성지상주의"를 겨냥한 이미지 상품사업의
선봉장이다.

자신을 모델로 한 브로마이드, 애인의 얼굴이 아로새겨진 속옷, 추억의
한장면이 그려진 블라인드...

아카디자인의 손을 거치면 흔하디 흔한 일상용품들이 "자신만의 것"으로
둔갑한다.

이중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미지 달력.

이 달력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다.

깜빡 잊기 쉬운 결혼기념일은 아예 국경일처럼 표시돼 있다.

각종 가족행사도 빠짐없이 챙겨준다.

이와함께 결혼과 관련된 이색 상품도 주력종목이다.

이미지 청첩장, CD라이터블(사진과 동영상을 담은 CD롬) 등은 결혼을 앞둔
신세대 예비부부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카디자인의 식구는 모두 8명.

최고령인 이우진 사장이 고작 27세다.

평균 연령 24세.

게다가 모두가 아직 학생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한가하게 졸업을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리하여 이사장은 PC통신에 "동지 구함" 공고를 낸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이 3명.

이리저리 모은 2천만원을 들고 지난해 6월 덜컥 문을 열었다.

아카디자인을 회사라고 부르기는 아직 멋적다.

사무실이라고 해봐야 허름한 방 한칸이 전부다.

하지만 그 성장은 놀랍다.

6개월이 못돼 월매출이 2천만원을 넘어섰다.

이런 쾌속질주의 원동력은 넘쳐나는 아이디어.

"1일 1건"씩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각자가 풀어놓는 아이디어 보따리가 끝이 없다.

오히려 회의시간이 모자랄 정도.

상품화로 이어지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판매액의 20%를 떼어준다.

하지만 돈을 만져볼 기회는 없다.

막바로 재투자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패기넘치는 마케팅 전략 역시 아카디자인의 경쟁력이다.

이름하여 "무대포식 찰거머리 작전".

PC통신에서 예식장 리스트를 뽑아 전화를 돌렸다.

스튜디오만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 상품을 들이밀었다.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젠 지방에서도 제품문의가 쇄도, 감당하기가 힘들 정도.

올해엔 전국 각지역에 체인점을 낼 계획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자금이 문제다.

영업력도 달린다.

닳고 닳은 사업꾼들과 부대끼는 일이 쉬울리 없다.

"학생겸 사업가"란 1인2역이 버겁기도 하다.

두마리 토끼를 좇다보면 지는 해가 아쉽다.

하지만 학생이란 잇점도 크다.

책임져야 할 짐이 없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적다.

과감한 베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젊은 열정과 투지는 바꿀수 없는 재산이다.

아카디자인이 그리는 미래 청사진은 자못 웅대하다.

이들은 98년을 "비상의 해"로 잡고 있다.

매출 10억원 달성, 스톡옵션제 실시, 증시상장...

지금의 쾌속질주는 "저 높은 곳"을 향한 준비운동일 뿐이다.

이를 위해 놀랄만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아이템의 정체는 일급비밀이지만.

이우진 사장은 아카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상기업 건설"이라고
말한다.

완벽한 직원 복지, 철저한 성과급.

그리고 이윤의 사회환원.

순익의 3%는 사회복지사업에 쓸 작정이다.

지금도 작으나마 복지시설에 후원을 하고 있다.

최근엔 예식장 사업주들의 모임인 청맥회에 가입했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귀순자들의 무료예식을 치러주는 동호회다.

"우선 성공해야죠.

하지만 성공에 앞서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큰기업으로 키워내고 싶습니다"
라는 이사장에게서 올곧은 의지가 빛난다.

자기사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덧붙이는 한마디.

"과감하고도 신중하게".

이것이 한발 앞서 뛰고 있는 신세대가 들려주는 창업의 "키워드"다.

< 김혜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