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지 한달도 안돼 겨울철 인기스포츠로 발돋움한 프로농구.

처음의 우려와 달리 국민들의 관심을 얻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프로농구의 성패는 고정관중의 확보에 달려있기에 8개 농구단 모두 경기
만큼이나 팬 확보에 열심이다.

그중에서도 인천을 연고로 한 대우증권 제우스농구단은 가장 많은 팬을
갖고 있어 프로농구 정착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생팀인 대우가 이처럼 인기를 몰고 다니는 것은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과 "스마일" 김훈 등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종
통계를 활용해 과학적인 운영을 해나가는 프런트(운영진)의 숨은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프런트의 실질적 운영을 도맡아하는 대우증권 스포츠부 오찬욱과장
(36)의 역할은 더욱 소중하다.

통계학 박사인 오과장의 하는 일은 프로농구의 각종 통계를 모아 전략
수립에 기여하는 것.

3점슛 어시스트 스틸 등 경기중 벌어진 각종 기록들을 통계로 작성해
코치진에게 조언하는 일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개념조차 소개되지 않았지만 스포츠통계학으로 게임
운영을 지원하는 일이다.

구단 운영도 그의 몫이다.

팀의 이동이나 입장권 판매 및 응원단 운영 등 게임의 전과정을 책임진다.

경기가 없는 날이면 홈경기 수입을 정산하고 응원단과 선수의 스케줄을
관리한다.

팀이나 선수 개인의 팬클럽들과 연계해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일의
하나다.

또 관중들의 성향을 분석해 마케팅업무도 한다.

관객들의 욕구를 파악해 각종 이벤트를 준비하고 티셔츠나 모자를
판매하는 수익사업들도 벌여나간다.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이를 스포츠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오과장은 스포츠통계학 및 스포츠마케팅을 농구와 접목시키고 있는 셈이다.

오과장이 농구단 운영을 맡게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

통계학 박사과정을 끝내고 기획실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회사측이 농구단
창단 방침을 결정하고 그에게 기획안을 마련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농구를 좋아하는 오과장은 증권마케팅업무와 함께 창단업무를
겸직해야 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고려대 대학원 재학중 총장배 농구대회에 코치로 팀을 이끌고 나가는 등
농구마니아인데다 창업에 나선다는 흥미를 느껴서다.

또 스포츠통계학은 자기 전공과도 깊은 관계가 있으며 스포츠마케팅과
함께 새롭게 뜨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통계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등 전산화에 나설
계획이다.

1쿼터에서는 어느 선수의 득점확률이 높았다든지 상대선수는 2점슛보다는
3점슛을 선호하니까 외곽에서 수비를 강화하는게 좋겠다는 등 각종 전술들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물론 조언은 하지만 경기운영은 전적으로 감독과 코치에게 맡긴다.

선수.감독과 운영진이 서로 신뢰해야 최강의 전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신생팀으로서 올해 중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확률
농구를 바탕으로 상위권으로 올라설 것으로 그는 믿고 있다.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만 오과장은 대학강단에 나서지 않겠단다.

"9년간 증권사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현실이 실제의 학문"이라고 믿어서다.

"재미도 있고 미개척분야인 이곳에서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는 그는 "어느
길이든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성공한 삶이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자신감에서 나이보다 앞서가는 신세대의 당당함을 느끼게 된다.

< 글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