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음력 정월보름날)은 한자로 상원이라 한다.

상원은 중원(음력 7월15일)과 하원(음력 10월15일)에 대칭되는 말로
도교적인 명칭이다.

이날은 우리 세시풍속에선 아주 중요한 날로 설날만큼이나 비중이 컸다.

최상수의 "한국의 세시풍속"을 보면 일년간의 세시풍속 총 189건중 정월
한달의 새배 설빔 등 78건으로 전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정월중에서도
대보름날이 40여건으로 정월 전체의 반을 넘는다.

이날 행사가 일년간 새시풍속의 5분의 1을 넘는 것을 보면 그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수 있다.

게다가 동제 줄다리기 등 뜻 깊고 대형적 행사들이 이날에 집중돼 있다.

대보름날의 뜻을 농경이 기본이었던 우리전통 문화의 상징적면에서 보면
음성원리 또는 풍요원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수 있다.

태양은 양으로서 남성으로 인격화되는데 반해 달은 음으로 여성으로
인격화된다.

따라서 달의 상징구조는 여성-출산력-물-식물들과 연결하게 된다.

세시풍토중 동제나 줄다리기 등이 음성 풍요원리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예가된다.

첫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여신에게 대지의 풍요를 비는게 우리 동제의
원형이었고 줄다리기도 대부분 대보름달밤에 하는 행사였다.

줄다리기의 암줄(서부, 여자편)과 수줄(동부, 남자편)의 고리를 거는 것을
성행위처럼 여겨서 암줄편 즉 여성편이 이겨야 대지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었다.

또 보름달이 밝아야 운수가 좋다고 생각했고 "동국새시기"엔 열나흗날
밤에 제야처럼 밤을 샌다고 적고 있다.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했다.

대보름날 절식은 오곡밥 약밥 묵은 나물과 복쌈 일부럼 귀밝이술등을
먹고 마셨으며 기복행사로는 볏가릿대세우기 복토훔치기 다리밟기 등이
있었다.

또 제의와 놀이로선 지신밟기 별신굿 쥐불놀이 사자놀이와 오광대탈놀음
등이 있었다.

오늘날 도시생활에선 이런 모습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대보름날인 22일은 대부분 지방에서 보름달을 볼수 있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다.

새해들면서 온갖 재앙이 줄줄이 겹쳤으므로 대보름날에 전통 액막이 놀이
라도 하고픈 심정이다.

다만 많은 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발효돼 있으므로 쥐불놀이 등에서 불조심은
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