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특혜대출사건과 관련된 은행들에 대한 은행감독원의 특별검사결과
예상대로 적지않은 규정위반사실이 드러났다.

규정위반내용은 이사회결의누락과 같은 절차문제부터 사업타당성에 대한
검토미흡, 자구노력감시및 담보확보와 같은 사후관리의 부실 등 다양하다.

이같은 특검결과는 관련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및 주주총회에서의
새 경영진구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금융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번 특검은 외압여부는 물론 한보측의 대출금 유요혐의마저도
밝혀내지 못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처음부터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특검착수부터 고위층의 눈치를 보며
억지춘향식으로 시작하더니 특검내용마저 이렇게 수박겉핥기식이니
언제 다시 대형 금융비리가 재발할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은행감독원의 잘못은 없다고 발뺌하는 행위는 파렴치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비록 늦었지만 소를 잃은 뒤에라도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

금융자율화가 진행되고 국내금융시장이 개방될수록 금융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은행감독원이 그동안 보여준 결과는 실망스럽다 못해 직무유기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예로 문책을 받고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은 임원은 은행장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고 주식평가손실충당금의 적립비율도
당초의 1백%에서 30%로 고무줄처럼 멋대로 적용됐다.

충당금적립을 규정대로 하면 적지않은 은행들의 경영수지가 적자로 전락해
대외신용도하락, 자금조달금리상승 등의 부작용이 걱정되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은행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많은 규정들은
처음부터 없었어야 했다.

바로 그같은 적당주의식은행감독때문에 한국은행들이 방만한 경영방식을
고치지 못하고 부실채권이 엄청나게 쌓여 내부로부터 붕괴중이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뼈아픈 지적을 돼새겨야 한다.

한편에서는 은행감독원의 힘만으로는 대형 금융비리를 막기 어렵다고
불평한다.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국내금융산업을 병들게 한 원흉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리를 걸고 불법부당함을 막으려한 책임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은 서글픈 일이다.

은행감독원이 외압에 속수무책이라면 월급받고 도장찍는 그많은
자리들이 도대체 왜 있어야 한단 말인가.

우선 은행감독원은 한보사태에 관해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엄정한 은행감독에 힘써야 할 것이다.

끝으로 관계당국은 강력하고 효율적인 금융감독체계의 정립을 위해 과감히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80년대 저축대부조합의 파산사태를 겪은 미국이나 지금도 부실채권의
홍역을 앓고 있는 일본도 예외없이 금융감독강화를 추진했다.

우리도 빠르면 올하반기부터 금융감독협의체가 발족돼 기능별로
금융기관간 업무협조가 이뤄질 것으로 보도됐지만 이제부터라도
관할권다툼이라는 해묵은 걸림돌을 넘어 중앙은행독립및 금융감독강화라는
과제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