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서 오고 있다니까, 10분만 기다리세유.

박사장님, 증말 미안 미안"

지코치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리로 돌아오니, 아뿔사, 이미 박여사는
아무 데도 없다.

낭패한 지영웅은 바른손을 들어 예의 그 깡패 아가씨를 부르면서 연상
사타구니께로 손을 보내 보물대감을 흔들고 있다.

수캐가 오줌을 털듯 경쾌하게 손놀림을 하는 그는 아가씨가 오자 씩
웃으면서, "이 할머니, 어디 갔어?" 하고 윙크를 찍 갈긴다.

"화장실 갔나봐요.

그 마귀할멈은 왜 여기 그러고 죽치고 있어요?

''록색바다'' 샀나?"

그 여자애는 사뭇 사냥개처럼 코를 벌름거린다.

불독같이 못도 생겼다.

"응, 나는 아가씨 충고대로 바통 넘기려고.

아가씨 말씀 듣고 보니 으스스해서 어디 하루라도 놀아주겠어?

야, 시상에 목숨 걸일 있냐?"

"그나마나 우리 여자친구들 중에 더러 돈독이 오른 애들이 있는데, 도무지
그 에이즈땜시 죽여준대요.

미스터 형님이나 나나 나이는 막상막하라구.

우리 말놓고 지냅시다"

사뭇 자기는 천사인 것처럼 말하지만, 입술화장하고 그 깡패 같은
배짱하고, 너도 별 수 없는 똥친데 뭐.

룸에서 손님이 찍어서 부르면 너는 안 넘어가냐? 안 넘어가? 지영웅은
공연히 그 여자아이를 상대로 속으로 떠들어댄다.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어서 여기 문제가 해결돼야 김영신 사장과 유쾌한 하룻밤의 환상적인
댄싱 타임이 열린다.

김영신이란 여자는 얼마나 고급 향수를 쓰는 멋쟁이였는가 말이다.

이상야릇하게 구역질이 나는 타부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박사장과는
게임이 안 되는 고급 숙녀가 김영신일 것이다.

나는 어쩌면 그녀와 사랑을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 미대생과 열애를 했듯....

그 미대생은 향수를 안 쓰는데도 항상 입 언저리에서 아카시아의 싸한
냄새가 났고 그 젊음의 향기는 도저히 장닭같은 아줌마들에게서는 맡을 수
없는 백합의 향기 그것이었다.

아니다.

그는 사랑을 하는 여자에게서만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안으면 밤꽃의 싸하고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이상한 사향냄새를 맡는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을 할 때가 아니고는 맡을 수 없는 신비로운 냄새다.

그는 외롭고 불행할때면 이미 오래전에 바람을 놓고 말아버린 그 미대생을
그리워한다.

재수생이라고 더 이상 속일 수도 없고,그녀가 말하는 어려운 외국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재수생놀음을 그만 뒀고, 호텔보이 주제에 더 이상
그렇게 고상하고 유식한 여대생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서 였다.

그리고 이내 그 요정 마담에게 훈련을 받느라 지쳐 있기도 했고.

지금도 전화 한통만 하면 그 싱그러운 풀향기같은 아가씨와 만날 수
있지만 참고 있다.

그렇게 2년이 흘러갔다.

이때, 박사장이 돌아와 앉자,거의 동시에 입구에 백영치가 나타난다.

"박사장님 앉으셔요.

저기 내가 말하는 그 프레시한 녀석이 왔어요.

행운을 빕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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