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치솟기만 하던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강력한
외환시장개입으로 급제동이 걸린 것은 일단은 불가피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선에서 원화환율을 안정시킬 것인지, 그리고
올해 환율정책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비가
있을수 있다고 본다.

올해들어 원화환율의 상승폭이 가속화된 만큼 지난 18일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강도는 이례적으로 강력했다.

너도 나도 달러사재기에 나서는 환투기현상을 방치했다가는 환차손과
물가불안은 물론 심한 경우 외자유출까지 불러와 금융시장전체에 심각한
충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초의 환율급등이 환투기 때문이라는 정책당국의 판단은 확실한
것 같다.

한 예로 지난해말까지 10억달러선에 맴돌던 거주자 외화예금이 1월중에
15억달러로 늘었고 최근 한달사이에 다시 35억달러로 급증한 사실이
환투기조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의 개입직전 한때 달러당 8백89원선까지 뛰었던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확고한 환율안정의지가 확인되자 사흘만에
8백50원대로 폭락했다.

외화예금계정의 달러매각규모가 커질 경우 단기적으로 원화환율은
지난해말의 달러당 8백30원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의 달러사재기를 일방적으로 환투기 탓으로만 몰아세울
수는 없다.

경상수지적자가 좀처럼 축소될 기미가 없고 오히려 확대될 우려마저
있으며 주식시장을 통한 외자유입마저 시들한 요즘 이렇다할 환위험
회피수단이 없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달러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조적인 국제수지 개선대책이 없다면 당국의 외환시장개입은
일시적인 심리적안정 효과에 그칠뿐 환율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점은 외환당국도 인정하는 바이며 멕시코의 경험에서 보듯 무리한
환율안정 시도는 오히려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갈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단기적인 환율정책은 경제운영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다만 어느 선이 적정 환율이냐는 의논이 분분하나 주요 교역상대국의
소비자물가와 교역규모를 고려한 실질 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보면 달러당
8백60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올해 경상수지적자가 어느 정도로 축소될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적자규모가
엇비슷할 경우 정책당국의 시장개입 만으로는 우리경제의 장래에 대한
불안을 희석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썩 낙관적이지 못하다.

총파업사태및 한보그룹의 부도파문이 겹친데다 긴축재정이나 통화관리를
통한 총수요억제도 어렵다.

게다가 남북관계의 긴장, 등소평사망뒤 유동적일 중국정세등 경제외적인
불확실성까지 가세했다.

이럴 때일수록 근검 절약과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증대에 매달리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