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시화공단에 있는 서울나사공업공동창고.

이 곳에 들어서면 창고라기보다 자동화공장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공장안에 설치된 컴퓨터를 조정하면 리프트가 아주 구석진 곳에 들어있는
작은 박스까지 정확하게 찾아간다.

조그만 박스를 선택한 자동화기기는 스스로 3단계의 라인을 거쳐 입구로
나온다.

박스는 자동으로 운반차에 실려진다.

이 창고에선 물건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인력도 필요치 않다.

덕분에 물류비용은 저절로 줄어든다.


볼트 너트 등 나사를 생산하는 명화금속 신한정기 등 5개 기업이 물류비
절감을 위해 공동으로 이 창고를 지었다.

창고 규모는 대지 6백5평에 건평 3백93평.

총 공사비가 6억8천만원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5개사는 과감히 이 창고를 세웠다.

자금이 모자라 공사비의 90%이상을 중진공을 통해 조달했다.

덕분에 5개 나사업체들은 요즘 물류비용의 40%정도를 줄이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95년부터 이 나사공동창고가 가동에 들어가 성과를 거두자 전국
곳곳에서 공동으로 창고를 짓기 시작했다.

자동화창고 건설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도로운반비및 항만사용료 등에서 놓친 물류비를 창고비용에서 보상하려는
노력이 커졌다.

현재 국내에서 자동화공동창고를 다 지은 곳은 모두 5개.

이들은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들 5개 공동창고 완공에 자극받아 현재 창고를 짓고 있는 곳도 6군데에
이른다.

대구대륙물산 용인패션익스체인 광주스포츠용품 등이 자동화창고를 세우느라
바쁘다.

공동창고 건설은 물품을 정리하거나 찾아내기가 힘든 업종에서 더 선호한다.

다양한 물품을 보관해야 하는 제약업계는 향남공단에 제약자동화창고를
세웠다.

수도권지역 제약업체 39개사가 힘을 모아 건설했다.

규모는 대지 1천8백평에 건평 1천3백평.

대규모다.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 창고는 요즘 복잡한 실험설비나 약품
등을 즉시 찾아주는데 톡톡히 한몫을 한다.

현재 안국약품 수도약품 명문제약 등 8개 업체가 단골기업.

이를 본받아 문구업체들도 서로 힘을 합쳐 경기 용인에 자동화창고를
건설중이다.

이 창고를 짓는데 총 7억8천만원의 자금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문구업체들은 앞으로 물류비용이 줄어들거라는데 큰 기대를 건다.

북제주에 세운 제주선과기 창고는 조금 특이하다.

각각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4개사가 손을 잡았다.

과일을 고르는 선과기를 만드는 평화기공사와 열풍기를 생산하는 평화기계,
감귤피막제업체인 갑동, 모터및 펌프업체인 평화기전 등이 공동창고를 짓기
위해 주식회사 신화라는 별도법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창고를 지을 돈이 모자랐다.

7억원에 가까운 돈을 구하기 힘들었다.

이들도 중진공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창고를 완공했다.

서로 생산제품은 다르지만 모두 감귤의 보관및 출하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어서 서로 협조도 잘 이뤄졌다.

출판업계는 공동창고 건설이 다른 업종보다 많다.

파주문화북스 파주한양출판 등이 창고를 완공한데 이어 금촌현대출판과
파주출판물류가 창고를 짓고 있다.

이들중 가장 먼저 창고를 짓기 시작한 곳은 파주문화유통북스.

실천문학사 열린책들 동녘 글수레 국일미디어 청년사 등 6개 출판업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서울시내에 있는 출판업체들.

그동안 각종 도서를 보관하고 찾아낼 창고가 없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따라서 공동창고를 짓는 일에 쉽게 합의했다.

대규모 창고를 짓기 위한 부지 조성및 자금 조달에 힘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약 2천평의 부지를 마련한뒤 물류시설과 사무실 용수시설
까지 갖춘 자동화창고를 갖췄다.

총 공사비가 30억원을 넘어섰다.

돈마련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이들 출판업체는 더 이상 책 쌓아놓을
곳이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소기업들은 지금까지 창고란 상품을 쌓아두는 곳으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생산제품이 다양화되면서 이를 분류하고 찾아내는 작업이 힘들어지자
창고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특히 1천종 이상의 부품을 보관해야 하는 기업들은 창고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사람이 일일이 이들 부품을 정리하고 찾아낼수 없게 됐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드디어 자동화창고 없이는 생산성을 높이기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레이디가구 화승 등 많은 기업들이 단독으로 자동화창고를 짓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중소기업의 자동화창고 설립은 더욱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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