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지나면서 밝혀지는 우리나라의 경제통계는 실로 우울한 소식
일색이다.

1월의 무역적자가 월간 단위로 사상최대치인 34억달러를 넘어섰다고 하며,
1분기 성장률은 4%대까지 둔화되는 한편, 실업률도 2.5%가 넘어서 실업자가
3월말에는 53만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등 참으로 반갑지 않은 소식들이다.

여기에다 한보그룹 부도에 따른 금융불안으로 기업체들의 자금압박은 매우
심한 상황이라며, 집값상승을 선두로 서비스요금의 인상, 유가인상 등
물가도 들먹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외국의 일부 경제신문들은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용이 아니라 거북이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데, 과연 우리경제가 남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회생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소시민의 좁은 소견이지만 정말
걱정스럽기만하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처럼 우리경제가 위기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를 타개하자는 공감대형성은 "기미"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97년 들어서면서부터 노동법개정에 따른 파업사태와 연이어 터진 한보부도
사태로, 우리들은 경제현실을 냉철히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여기에다 한보의 금융특혜와 관련, 정치권으로 그 수사범위가 넓혀지자
너나 할 것 없이 확인도 되지않은 설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 누구하나
경제회복을 위한 진지한 토의와 노력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경제회생책 마련은 커녕 이전투구를 연출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의 타개는 정부 기업 가계할 것 없이
경제주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그 대책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위기를 위기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국민적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김창훈 <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