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그동안 잘 지내던 "솔로"들도 짝을 찾아 나선다.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을 그저 쳐다만 볼 배짱이 없어서다.

내 백년연은 어디에서 찾을까.

고민이다.

이럴때 우선 눈에 들어 오는 것이 가까운 주위의 이성.

"어항속에서 낚시질하지 마라"

사내 결혼을 반대하는 직장인들의 충고다.

상대는 많은데 굳이 다른 동료의 눈치를 봐가며 동료를 배우자로 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다.

"상대의 직장생활까지 이해해 줄 수 있는 평생 반려자"

그러나 사내 결혼이 여러모로 양측에게 이득이라는 찬성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찮다.

"Y-FILE"팀은 "사내결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14일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같은 직장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신혼 1년6개월의 김현준(28).
이소영(25) 커플 (이랜드)과 임형곤씨 (한솔제지.26) 조선경씨
(한국에이서.24)가 참석, 사내 결혼을 보는 신세대 직장인들의 의견을
내놓았다.

<> 김현준 = 아내와는 직장 동료의 소개로 만나 95년 결혼했습니다.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어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군요.

우선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아내를 만나 전화비가 덜 들었습니다.
(일동 모두 웃는다)

24시간 같이 보낼 수 있어 그리움에 목 멜 필요도 없어요.

피곤하고 힘든 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힘이 나서 일도 더 잘
되더군요.

전에는 짜증만 나던 출퇴근길도 그렇게 즐거울 수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많은 이점중의 일부입니다.

<> 임형곤 = 그러나 그점은 개인적인 시각입니다.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팀워크를 해칠 우려가 큽니다.

즉 한 여자동료를 놓고 여러 남자동료들이 암투를 벌이는 일이 있는데
업무에 큰 차질을 줄거라는 것은 뻔합니다.

더구나 그런 관계에서 정상적인 애정관계가 성립되기는 보통의 경우보다
몇배나 더 큰 노력이 필요하죠.

개인적으로 볼때도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 이소영 = 중요한 것은 사내 풍토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동료들이 남편과의 연애를 도와주고 이해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남편에게 말 못하는 어려운 일은 3자가 나서서 남편에게 귀띔해주고
도움도 주었기 때문에 좋았어요.

그리고 같이 생활하는 가운데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죠.
바쁜 직장생활중에 가끔 만나거나 중매를 통해 배우자를 만나면 미처
상대방을 알지도 못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 조선경 = 그러나 사내 결혼은 당사자들이 사회생활에서 능력을
발휘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문 예지만 남편을 부하직원으로 둔 여자상사가 시어머니의 압력으로
갈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의 앞길을 막는 드센 여자"라는 이유죠.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해도 결국에는 남편과 아내가 둘 다 자유롭게
능력을 펼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요.

<> 김현준 = 결혼생활의 부정적인 면은 사외결혼에서도 찾아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사내결혼만이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니라는 거죠.

능력문제는 연애의 문제가 아니라 공사를 확실히 구분짓느냐 못짓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둘만의 연애문제를 직장생활에 끌어들이거나 업무시간에 얘기하는 것은
안됩니다.

이는 사외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죠.

<> 임형곤 = 사내연애가 나쁜 점은 상대방을 너무 잘안다는데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상대가 잘못된 업무로 상급자에게 무시를 당했을때 남자로서는
체면을 세우기가 힘들 겁니다.

좋지 못한 면을 모두 보일 필요성은 없다고 봅니다.

<> 조선경 = 사내결혼을 하면 서로의 주머니사정을 너무 잘 알아 단돈
1만원의 비자금도 챙길 수 없다는 것도 불편할것 같습니다. (일동 웃음)

또 연애시절에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들키지 않기 위해 이눈치 저눈치봐야
하는데 불편하게 그럴 필요가 있나요.

말이 많으면 좋은 일도 어렵게 되고 나쁜 일은 배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 이소영 = 그런 것까지 모두 감당할 수 없다면 사내결혼에 대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결국 사내결혼이란 많은 이점과 돌발적인 불편, 사회적인 편견을 어떻게
이겨내며 서로의 사랑을 쌓아가느냐의 문제입니다.

저희회사는 한해에 50여쌍이 결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불편이나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모두가 한가족처럼 일할 수 있어 일도 편하고 능률도 극대화
시킬수 있습니다.

< 글 = 김영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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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