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경제는 견실한 성장 외에 물가와 금리, 그리고 고용까지 안정돼
한마디로 잘 나가고 있다.

2류국가로 전락할지 모른다며 불과 얼마전까지도 야단법석을 떨던 것과는
달리 자국의 경제 장래를 낙관하며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때 아시아의 네마리 용의 하나로 주목받던
우리경제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국제수지적자를 기록한 데다 최근에는
총파업사태와 한보그룹 부도파문까지 겹쳐 비틀거리고 있다.

한-미 두나라 경제가 이렇게 대조를 이룬 근본배경은 무엇 때문일까.

물론 두나라는 경제규모, 첨단기술, 금융시장, 사회간접자본 등
여러면에서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지만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경제의 개방정도라고 본다.

미국 기업은 전세계를 무대로 생산 판매 고용 부품조달 자금융통 등을
최적화하고 엄청난 수익을 올려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야 말로 글로벌 경제, 글로벌 경영이다.

그런가 하면 외국인의 대미직접투자는 지난해에 최대규모인 9백50억달러에
달했다.

투자내용도 단기성 금융투자가 아니라 회사매입이나 공장건설과 같은
장기 실물투자에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로 개방된 경제환경에서 다져진 미국기업의 경쟁력은
만만치 않은 저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우리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의 규제와 보호속에 성장해와
본격적인 시장개방을 앞두고 취약한 상태이며 글로벌 경영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이다.

그런 가운데 올해 우리기업의 설비투자는 국내투자가 4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해외투자 만이 1백6.3%나 늘어나 것으로 예상돼 성급하게
산업공동화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불황이 실화되면서 실업자 수가급증하고 있는 터여서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말릴 처지는 아니며 오히려 장려해야
할 형편이다.

해결방법은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도 동시에 확대하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핫머니의 유입은 자칫 환율 통화 금리 등에
부담을 줄 위험이 있지만 직접투자는 고용증대 기술도입 생산유발 등을
위해 개도국은 말할 것 없고 선진국들까지도 적극적으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조세감면 공장용지 매입보조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외국에 비해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고질적인 행정규제 비싼 땅값 금리 물류비용 잦은 노사분규 등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뿐만아니라 최근 홍콩언론의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10개국중
투자환경이 가장 나쁜 나라로 꼽히면서 정치 사회적 불안까지 지적되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체들은 향후 5년동안 최우선
투자대상지역으로 아시아, 특히 중국을 꼽고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규모도 이미 상당히 커진데다 동아시아진출의 거점지역으로
육성할 경우 외국인의 직접투자 유치가능성은 아직도 많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