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이 더러운 놈의 팔자. 차도 내 마음에 맞는것 못 타고. 때려 죽
일 놈의 기구한 놈의 팔자소관. 퉤퉤퉤"

그는 자기가 뱉은 된침을 자기 구둣발로 부벼 버린다. 신경질을 막
부리면서.

이때 호텔의 웨이트리스 아가씨가 오더니 불량한 눈을 딱 부라리며,
"뭐 드시겠어요?" 하고 사뭇 "더러운 녀석"하고 나무라는 시선이다.

얼굴이 너무 빼어난 그는 어디 가나 아가씨들이 단번에 메모리를
해놓는다.

"오늘은 아줌마보다 먼저 오셨네"

그럴 때면 지영웅은 절대로 지지 않고 한마디 내쏜다.

그러니까 약이 올라 있을 때 그의 기분을 건드리면 큰일 난다.

그의 분노가 어떤 식으로든 폭발을 하니까 말이다.

"아가씨, 무슨 매너가 그래. 여기 매니저 내가 잘 아는 형님이야.
태도가 안 좋아. 손님이 누굴 만나건, 할머니건 이모님이건 젊은
여비서이건 아가씨가 그렇게 당돌하게 까발겨야 돼?

아가씨, 사람 잘 보고 입 놀려. 나 압구정동 야쿠자야. 까불단 국물도
없어. 야쿠자가 뭔지는 알지?

너 같은것 한번 터지면 귀신도 모르게 팔 부러져. 차라도 제대로
나르려면 입 곱게 놀려. 아줌마가 나의 무엇인지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그러나 오늘의 상대는 보통 앙칼진 애가 아니다.

그 정도면 찔끔하고 "미안합니다" 하는 것이 차 나르는 보통 계집애들의
배짱인데, 깡패의 세계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교육 안 시켜도 아는 것인데,
이 가시나는 영 깡이다.

"젊은 아저씨가 아까워서 그래요" "아깝다니? 점점 못 하는 소리가
없네. 너 정말 한번 혼나볼래"

그러면서 그는 언제인가 영동 깡패중에도 소문 높은 대치동 형님의
애인을 모르고 건드렸다가 칼로 얼굴을 그어 놓는다고 엄포를 놓는 린치를
당했던 때의 무시무시한 기억을 되살린다.

"아가씨, 정말 야쿠자가 뭔지 모르나? 까부지 말래이"

그 깡패두목의 사투리가 바로 그랬었다.

지영웅은 한껏 험악한 얼굴을 꾸미며 주먹을 휘두른다.

"젊은 아저씨, 아저씨에게 한가지만 갈쳐줄게요.

고맙다고 하세유. 작년 가을에 그 아줌마 따라왔던 남자가 아주 젊은
아인데, 심장마비로 바로 옆에 있는 리비아 모텔에서 실려 내려왔단
말이에요.

왜 죽었는지 아시겠지요? 그만한 인물 가지면 탈렌트라도 하시지. 그
늙은 살인광 같은 아줌마는 이 모텔에 오는 것도 꺼려 해요.

아셨죠, 미남 아저씨. 복상사였대요 복상사"

순간 지영웅은 와들와들 떨려왔다.

정말 그녀는 자기도 죽일지 모르겠다.

기분이 으스스하다.

"그 아줌마, 하니문 쓰끼야끼 집 사장님이시지요? 두번째 남편도 복상사
했대요.

우리 집의 오층담당 보이 아저씨가 리비아 모텔에 근무해서 우리는 쫙
꿰뚫고 있다구요.

그 사건은 리비아 모텔에서 작년에 났구, 신문에도 났어요"

"고마워, 아가씨. 허지만 그런 무시무시한 사건 아니면 입놀리지 말아.
알겠어"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