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며 복잡한 도심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일과 후에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한 적절한 자연환경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서울 남쪽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청계산은 도심 속의
우리들에게 자연의 싱그러움을 전해준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가 있고,산세 또한 험하지 않아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간편하게 오를 수 있어 좋다.

퇴근 후에 운동화만 있다면 쉽게 오를 수 있는 청계산은 어릴적 동네
뒷동산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차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은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청계산을 찾는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냥 뜻이 맞는 간부
몇몇이 일을 마친 토요일 오후에 간편한 옷차림으로 모여서 여러차례
오르다가 누구의 제안이라고 할 것 없이 지금은 정기적인 산행모임인
"성광회"로 발전하였다.

지난 연말에는 전직원이 2주에 걸쳐 진료를 마치고 모두 산행을 하면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단합을 하기도 하였다.

바쁜 환자진료후 흰가운과 수술복을 벗고 가볍게 찾는 청계산행은 언제나
새로운 느낌이 들고 일상에 바쁜 우리에게 귀한 재충전의 에너지를 주고
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간 길목의 고깃집에서 소주 한잔 걸치면 그 맛과
기분을 과연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어느새 취기가 오르면 병원을 사랑하는 마음에 평소 간직하고 있던 병원
발전에 필요한 의견을 자연스레 나누게 되고,우리 직원은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직책이 있거나 없거나 모두가 진한 가족애로 한마음이 된다.

지난 1월의 새해 첫 산행에서는 올해 우리 차병원의 모토인 "사랑이
가득한 병원 차병원"을 만들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주로 화두에
올랐다.

복잡하고 다양한 병원조직이지만 청계산을 통해 하나되는 우리 병원
임직원들의 깨끗한 마음은 결국 사랑과 친절함으로 환자들에게 되돌아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