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시장이 발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중 특히 항공업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로 구성된 "아시아지역".

성장 속도나 잠재수요로 볼 때 미국과 유럽을 넘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자연스레 아시아
지역 추스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피에르 자니어 IATA사무총장(64)이 지난주(1월30일~2월1일)한국을 방문,
우리나라 항공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영공통과문제 인천국제공항건설사업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일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에서 자니어 사무총장과
IATA집행위원인 조양호사장의 대담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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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장 =현재 세계 항공시장은 항공사간 경쟁심화 및 가격파괴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생존경쟁"이란 수식어가 저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항공업계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자니어 총장 =경쟁심화와 가격파괴는 자유경제가 잘 실현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가격파괴"와 "덤핑행위"는 엄격히 구별돼야 합니다.

가격파괴는 흑자 상황에서 원가절감과 생산성제고를 통해 제품의 가격을
낯추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반면에 덤핑이란 부실경영으로 인한 적자상태에서도 원가이하의 가격을
제시해 제살깎아먹기 식의 무모한 경쟁을 벌이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WTO가 주창하는 자유경쟁원칙을 항공업계에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항공업이 운항편수와 기종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간에 철저한
호혜 평등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세계 각국 정부는 항공산업이 곧 국가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취지아래
자국비행기 보호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항공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리라 봅니다.

<> 조사장 =많은 항공사들이 90년대초의 극심한 불황기를 극복하고 최근
몇년간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 자니어 총장 =90년대초 항공업계는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경영혁신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이에따라 항공사들은 군살을 빼기위해 리스트럭처링 리엔지니어링을
단행했으며 원가를 줄이기 위해 비용절감에 적극 나섰습니다.

이를 실천한 기업은 흑자로 전환됐고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흑자상황이라도 미지에 닥쳐올 불경기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사장께서는 향후 5~10년간 한국 항공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또 한국인의 해외여행과 외국인의 한국방문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 조사장 =IATA는 아-태지역이 2000년까지 세계항공시장에서 가장 높은
연 9%의 신장률을 보일 것으로 일찍이 전망한 적이 있습니다.

2010년엔 세계 항공시장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망에는 2002년 인천국제공항 개항도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같은해 일본과 분산 개최하는 월드컵축구도 한국의 관광수요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항공시장은 이를 계기로 상당히 커지겠지요.

<> 자니어 총장 =중국항공시장의 발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의 중국항공시장 투자는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인지 궁금하군요.

<> 조사장 =대한항공은 지난 94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래 북경 천진 심양
청도 상해 등 5대 도시에 주 22회 운항중입니다.

중국노선 개설은 중국시장 진출이라는 가시적 효과뿐 아니라 중국영공을
통과하는 유럽행 항공편의 운항시간 단축과 원가절감이라는 2중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시장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연간 50만명 한도내에서 비자면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자니어 총장 =향후 아시아 항공시장이 직면하게 될 문제점으로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입국수속과 항공기 도입문제 등이 현안으로 보이는데.

<> 조사장 =현재 아시아지역에는 이미 완공된 일본의 간사이공항을 비롯
인천국제공항 홍콩의 책랩콕 공항 및 중국의 심천 등 대규모 공항들이 속속
들어설 계획입니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나는 수요를 소화하기에는 절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충분한 항행시설과 필요인력의 확보가 중요합니다.

이는 안전운항 확보라는 측면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항영공 개방과 관련해 IATA가 실무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북한과의 협의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요.

<> 자니어 총장 =IATA는 지난 수년간 북경과 도쿄 서울 그리고 유럽간
항로개발을 추진했으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예컨대 북경~서울 직항로 개설은 북경~도쿄간, 그리고 서울~유럽간 비행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습니다.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의 개설은 북미와 서울, 그리고 아시아 각
도시간의 비행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시켜주고 새로운 도시들간 노선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IATA와 북한당국의 실무협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긍정적인 결론이
도출되고 나면 북한 영공통과 문제도 곧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고로 북한 영공통과가 실현되면 항로가 단축될 것이며 그 결과
항공사들에 돌아갈 이익은 연간 1억2천5백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최근 개발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초대형 항공기의 필요성에
대해서 조사장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조사장 =초대형 항공기는 최근 보잉사가 개발 포기를 선언한 반면
에어버스사는 지속적인 개발의지를 보이고 있는 등 항공기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항공사 입장에서 초대형 항공기의 필요성 여부는 수요와 투자의 양쪽을
모두 감안해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즉 현재 세계 항공수요는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각국 공항의
운항주기(SLOT)사정 등으로 인해 한꺼번에 많은 승객들을 수송해야 할
필요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항공업계의 주요 시장인 미국의 경우 운항편수 및 공급에 제한을
두고 있지않아 굳이 초대형기를 투입해야 할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 자니어 총장 =한국이 차지하는 국제항공업계의 위상으로 볼때 IATA의
연차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는게 바람직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총회유치를 정식으로 제의합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2002년이 적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조사장 =IATA총회의 유치를 요청해 주신걸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은 2002년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월드컵 개최 등을 계기로 동북
아시아 항공시장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 IATA총회를 개최할 여건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월드컵개최에 맞춰 IATA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면 한국항공시장의
발전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IATA의 위상과 활동상을 한국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말씀하신 서울총회 유치건은 IATA가 민간차원의 회의이긴 하지만 정부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니만큼 절차를 밟아 대회의 원만한 유치와
진행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 자니어 총장 =최근 아시아권 항공사들이 결항이나 지연운항시 승객들의
기내 점거농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제관행상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승객들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반사회적이며
위험한 행위를 할 경우 도착국가에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불법행위가 자국의 재판관할권 밖에서 행해질 때 이를
저지할 법적권리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IATA에서는 95년 관련 조항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한 아시아권 승객들의 자제와 협조가 요망됩니다.

< 정리=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