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자금이야 자기가 썼지만 도무지 감질나는 수입이었다.

그리고 자기보다 형편없이 못 생긴 놈들도 근사한 아줌마들과 같이 와서
세시간 가량 즐기고 쉽게 몇십만원씩 챙기는게 도무지 비위에 거슬렸다.

자기가 받는 팁이란 기껏해야 5천원, 만원이 고작이었다.

더구나 돈 만원 주면서 아줌마들이 자기의 잘 생긴 얼굴을 빤히 공짜로
바라보면서 침을 흘리는 모습이 도무지 비위에 안 맞았다.

사뭇 어떤 아줌마는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너같이 잘 난 놈이 겨우
이 어두운 곳에서 뭘 하는 것이냐? 청춘은 바람 같이 흘러간다구"

"정신차려서 돈을 벌어라, 인물이 아깝구나"

"이몽룡이 울고 가겠구나"하는 말을 시선으로 하는 것이다.

눈치 빠른 지영웅은 호텔보이 시작하고 이틀이 안 되어서 그런 시선을
의식했고 들뜨기 시작했다.

"미스터, 몇살이우? 너무 잘 빠졌다.

이 어두운 곳에서 무얼 하느라 아까운 청춘을 보내슈. 탈렌트를 해요.

한국 배우들 자네만큼 생긴 인물 없어"

무슨 꿍속도 없이 핸드백을 철컥 열고는 만원권 한장을 팁으로 주면서
너스레를 떠는 사오십대 아줌마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한 그들의 지나가는 농반 진반의 유혹들이 그를 서슴없이 그날
그 얼굴도 아리송한 아줌마의 전화를 받고 갑자기 여섯시에 가야호텔의
커피숍으로 간 계기가 됐다.

그 잘 생긴 아줌마와 춤을 추고 놀다가 결국은 룸까지 따라 들어가서
처음으로 거금을 만졌다.

첫번 수입은 일당 백만원이었다.

그 아줌마는 큰 요정을 하는 사장님이었는데 돈도 잘 쓰고 남자를
남자대접 하면서 잘 데리고 놀아주었다.

거기서 지영웅은 화류계인생의 제일보를, 그러니까 기생 출신의 40대
여자에게 반년쯤 굄을 받았었다.

그러다가 무슨 일인지 무슨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되었다면서 10평짜리
오피스텔을 사준 두달후에 갑자기 미국으로 망명을 간다고 떠난후 소식이
끊겼다.

그래서 그는 아주 쉽게 그녀에게서 작은 오피스텔하나를 얻어 챙겼다.

그리고 그 후에는 소대가리 형님과의 유대를 통해 굵은 손님들을 만나게
된다.

지영웅은 공박사에게 다시 의논을 한다.

그 전에는 부처님이나 할아버지와 대화를 했는데 요새는 조금 더
현실감이 있고 무지무지 아는게 많은 공박사하고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그는 공박사의 병원 전화를 마음으로 걸고, "안녕하셔유 공박사님.
저는 잘 잤구먼요. 굿모닝입니다"

그렇게 그는 요새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도 그는 공박사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먼저 묻는다.

"공박사님. 저는요, 사실 사랑을 하고 싶어유. 누구하고든 짐승처럼
침대로 먼저 가는 여자들은 딱 질색이거든요"

"이봐요, 금요일의 여자하고 끊는다고 약속했죠? 그 여자는 짐승같다고
했죠? 짐승같은 여자는 당신을 아주 못쓰게 만든다고 했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하면 암이 된다는것 아세요?"

"맞습니다. 돈백만원이 문제가 아니죠. 알았습니다. 춤만 추고 돈 버는
쪽을 선택할게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