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엔 한 바이어와만 거래한다"

가정용 운동기구를 만드는 밴스포츠 안정용 사장의 세계시장공략 노하우는
좀 색다르다.

물건을 원한다고해서 모두 거래하지 않는다.

1국가 1바이어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이 때문에 제품을 주문하는 바이어들은 모두가 끈끈한 단골들이다.

이같이 맺어진 인연은 회사가 어려울때 위력을 발휘한다.

몇해전 안사장은 자금부족으로 고통을 겪은 적이 있었다.

시설을 확충하고 싶은데 돈을 꿔줄 사람이 없었던 것.

이때 나선게 바로 독일 거래선인 AK스포츠였다.

AK스포츠는 아무런 담보도 요구하지 않고 25만달러를 선뜻 빌려줬다.

대부 조건은 거래선을 바꾸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안사장은 너무나도 쉬운 이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여 빌린 돈으로 설비를
확충, 제품으로 대납함으로써 보답했다.

안사장이 지켜오는 이같은 경영철칙은 제품에 대한 신뢰로까지 이어진다.

세계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대만업체들이 수요량에 따라 제품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과는 달리 안사장은 고정된 가격에 자체상표로 이 제품들
을 수출한다.

제품에 신뢰가 갈수밖에 없다.

이같은 제품에 대한 믿음이 누적되면서 밴스포츠는 요즘 지난 88년이래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러닝머신에서부터 "홈짐"이란 종합운동기구세트
까지 30여가지.

이중 "홈짐" 매출이 전체의 70%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수출비중이 80%이상 차지하는 이 회사의 매출액은 95년 60억원에서
지난해엔 8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1백10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
된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시장은 물론 일본 호주 등 세계시장을
개척하면서 지난해에만 8백만달러를 판매했다.

그나마 이 판매량은 주문량의 70%밖에 소화하지 못한 실적이다.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시장의 쾰레백화점에서는 밴의 운동기구
세트가 한달에 1천대, 많을 때는 2천4백대까지 팔린다.

지난해에는 내수주문에도 50%밖에 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신제품을 개발해도 팜플렛을 만들지 않는다.

고객에게 팩시밀리로 제품소개서만 보내도 서로 물건을 달라고 앞다퉈
회사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영업부도 물론 없다.

이같은 호황의 뒤에 빼놓을수 없는게 좋은 제품을 만들려는 종업원들의
애사심이다.

부도 위기로까지 몰렸던 지난 93년 2월은 그 단적인 예다.

당시 수출시장이 미국뿐이던 밴스포츠는 주문이 거의 안들어오면서 회사가
벼랑끝에 몰렸다.

이때 70여 전 종업원이 자발적으로 봉급동결을 선언, 회사를 살리는데
앞장섰다.

회사를 구하는데 종업원들이 일치단결 할수 있었던 것은 안사장에 대한
뜨거운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낡은 프라이드승용차로 출퇴근하면서 구내식당에서 종업원들과 항상 같이
식사하는 등 동고동락해온 안사장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

여기에 용기를 얻은 안사장은 거래선들에 회사사정을 솔직히 털어놓고 어음
결제 연기를 요청, 성사시켰고 거래은행에서 2억원의 긴급운용자금도 빌렸다.

이와함께 가정내 운동붐이 일고 있는 유럽으로 눈을 돌려 시장개척에 나섬
으로써 위기를 극복할수 있었던 것이다.

안사장은 요새 해외에서 쏟아지는 주문을 소화해내기 위해 파주공장에 생산
설비를 확충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설비확충만 끝내면 3천만달러 수출도 무난해 캐나다 위더사를 누르고 세계
최대 가정운동기구업체로 부상할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안사장은 이 꿈이 멀지 않아 실현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