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업계가 안팎으로 어렵다.

수출이 부진한데다 국내시장에선 유통업체들의 가격파괴로 출고가격
인하압력을 심하게 받고 있어서이다.

몇몇 유명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의 영세성을 감안할때 최근의
어려움은 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안경업계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긴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경수출은 90년대 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해 지난 95년까지 연평균
16%의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엔 1억2천2백25만달러로 전년동기(1억2천1백26만5천
달러)대비 0.8%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이 기간동안 수입은 두배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1억5천만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 경상수지 개선에
일익을 담당해왔다는 안경산업의 자부심이 갑자기 옛날얘기가 돼버린 것이다.

업계 전체매출의 2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의 날개가 부러진 것은
원화대비 달러환율의 꾸준한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안경산업의 특성상 그간의 임금인상에도 큰 타격을
입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남아와 중국업체들과의 가격경쟁은 애당초 "게임이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부진의 근본적인 책임은 그간 품질개선과 디자인개발,
자기 브랜드 알리기 등 여러부문에서 투자를 소홀히 해온 업계자신에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산의 매력은 품질보다는 가격이라는 바이어들의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오늘의 암담한 상황을 낳았다는 얘기다.

안경산업이 국민생활과 아주 가까이 있다는 점과 업계의 영세성을
감안하면 마땅히 뭔가 했어야 할 정부도 안경산업이 골병들도록 뒷짐지고
보기만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사실 안경제조업계는 총 5백여개 가운데 종업원수 20인 미만업체가
전체의 70%(종업원수 10인미만 30%, 10~19인 40%)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하다.

따라서 대부분 업체는 각종 기술개발이나 디자인개발,자기브랜드
홍보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태이다.

남대문 안경상가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체들의 저가공세도 안경산업을
멍들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안경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대구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격파괴를
내건 유통업체들은 안경제조업체들에게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납품가격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재고와 인건비부담, 낮은 공장가동률에 허덕히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의 요구에 맞출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영세업체들은 1백50~2백여가지에 달하는 안경테
제조공정을 크게 줄이는 한편 질이 떨어지는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렌즈나 부품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파괴가 품질파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져
국내 브랜드들은 수출뿐아니라 내수시장에서도 외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가시장은 외국 유명브랜드에게,저가시장은 중국과 동남아업체들에게
통째로 넘겨주게 된다는 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업계는 그동안 공동브랜드
개발과 공동물류단지조성 등 자구책 마련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자본 조직 기술등 여려면에서 취약한 업계의 연합은 실질적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품질향상과 기술개발, 전문 디자이너 육성, 고유브랜드 개발 등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총체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무엇보다 유통질서를 바로잡아주길 업계는 원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통상산업부가 안경을 사후검사품목으로 지정한만큼
불량저질안경테를 가려내기 위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안경테에 대한
품질검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올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안경테 소비자가격 표시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당국이 관심을 기울여 줄것을 바라고 있다.

< 김용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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