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중반부터 경복고등학교에는 여러 특별 활동반중의 하나로
물리반이 생기게 되었고 여기에는 물리 전자 통신등에 흥미와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방과후 밤늦게까지 남아 토론도 하고 실험하고 제작하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선생님들을
놀라게 해 교무실에 불려가 하루종일 벌을 선 학생도 많았다.

당시로서는 고성능 송신기였던 진공관식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만들어
선생님 별명 (좀 뚱뚱하셔서 "통씨"라는 별명의 물리선생님)을 마이크에
대고 노래하던중 우연히 이를 라디오로 수신한 선생님이 달려와 노래하던
정태영 (44회-사업, 재미) 선배가 혼이 난적이 있고 한번은 물리실에서
밤늦게 모터 실험을 하면서 직류 모터를 교류에 잘못 연결해 누전 경보
장치가 작동해 숙직하던 선생님이 달려와 모두들 벌을 선 일, 흑색화약으로
로케트를 만들어 발사를 시도하다 불발로 온통 건물 내부를 화약 연기로
뒤덮히게 한 일동은 지금도 우리가 모임을 갖게 되면 그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추억거리이다.

이렇게 말썽도 부리면서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북악산
기슭에서 비슷한 취미를 갖고 함께 공부하였던 우리는 44회 졸업생부터
50회까지 약 23명이 아직도 끈끈한 선후배 간의 유대와 친구간의 우정으로
두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대부분 고교시절 이과였던 관계로 공대와 의대로 주로 진학을 했던
우리 멤버들은 대학에서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는 이용석 (44회-연세공대)
박춘배 (45회-인하공대) 하동삼 (45회-미 버지니아대) 김재화 (49회-강릉대)
최충현 (50회-강릉대) 김용수 (50회-한양공대) 교수 등이 있고 치과를
개업하고 있는 이창훈 (46회) 신철수 (46회) 원장, 정형외과에 김중선
(48회) 원장, 과거의 취미생활을 창업으로 연결시켜 고부가가치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함께 경영하고 있는 경우 시스템의 장세권 사장 (45회)
이사, 특강 산업 남영환 (47회) 이사, 삼성 그룹의 송재익 (50회) 이호성
(50회) 동문, 한창 공업의 전재헌 (50회) 사장과 미국에 있는 김상훈
(47회) 이영만 (47회) 동문 그리고 미국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회사인 퀀텀사의 한국 법인 대표로 있는 필자 (50회)가 있다.

우리 모임의 공식 명칭은 "경아"인데 그 의미는 우리가 20여년전 관심을
갖었던 아마추어 무선과 순수한 아마추어 모임이라는 의미의 "경복
아마추어"에서 또 70년대 초 한창 유행했던 별들의 고향의 여주인공 이름
"경아"와도 같아서 여러 사람들이 쉽게 부르고 재미있게 기업할 수 있도록
한 이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