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늦은 감이 없지않으나 정부에서 올해를 "문화유산의 해"로 정하고
지난달 21일 그 선포식을 갖게 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5천년에 이르는 민족문화역사와 중국 일본과는 다른 문화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제 36년과 한국전쟁 등으로 우리문화의 말살 파괴 훼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으며 해방후 밀려든 서구문화와 경제개발에 따라 독창적인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 계승하는 일에 소홀했던게 사실이다.

문화유산은 인류의 역사와 발자취를 증언해 주는 값진 자산이며 그중에서도
민족문화유산은 그 민족의 정체성과 창의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점에서 문화경쟁시대를 예고하는 21세기를 앞두고 정부가 올해를
"문화유산의 해"로 정하고 우리문화를 널리 알리고 찾고 가꾸려는 조치를
환영하는 바이다.

민족문화의 보존 전승이야말로 세계속에 선진한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가 문화유산 보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며, 지금부터라도 우리문화유산을 발굴.보존.보호.전승하는 일에 전
국민이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우선 우리문화 유산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애정을 키워
주는 한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선거와 경제회생 등 큰 사안에 밀려 문화유산의 해가 용두사미식의
일과성행사에 그치거나 뒷전으로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다음은 민족문화유산을 보존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개발에 따른 파괴인
만큼 전국의 고도나 유적지주변에 고층아파트나 빌딩이 들어서고 골프장
건설추진 등으로 민족문화유산을 파괴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그리고 우리문화유산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보호법 등 문화
관계법령을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하고 고도 등의 역사도시나 문화유적지
등을 보존하는 법 제도적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문화관계예산의 확대와 함께 문화재관리의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훈련기관 등의 신설이 요구된다.

또한 유형문화재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와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보호 육성하는 일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튼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유산의 보호운동을 형식적인 구호나 행사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화유산 보호운동이 어느 문화단체나 정부의 몫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참여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우리문화유산을 잘 지켜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는 보람되고
값진 일에 우리 모두가 적극 동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홍승애 < 성남 분당구 야탑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