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기가 막상막하이고 막 나오는 것도 막상막하다.

어차피 이 박사장님은 두번 만나보고 끝내려던 손님이다.

도무지 무식하고 징그럽게도 남자를 들들 볶는다.

최하의 손님이다.

지영웅은 이 징그러운 여자를 소개한 형님에게 호통을 쳤었다.

"그따위 새우젓장사를 소개한 형이 원망스럽소. 나는 물이 다르지 않소.
형님, 다른 손님을 소개해줘. 금요일이 비었거든.

이 황금의 금요일이 비다니, 스물일곱이면 아직 물간 나이는 아니지
않소? 형님, 그러면 나도 형님이 원할때 강건너 가 있겄소.

아시겄소? 형님, 요샌 으짜 그리 소금냄새 나는 마담들만 물고 온디야?
형도 이십프로는 먹어야 안 되겄소.

겨우 건당 십만원을 먹고 소개할 기분 나십니까? 그 소고기장사 아줌마는
냄새 나요"

"임마, 에이즈가 우글거리는데 아줌마들이 바람을 피워야 돈줄을 잡지,
안 그랴? 잘 알문서랑.

징징거리지 말고 오늘은 내가 백만원 한장은 가지고 가라구 넌지시
이를께"

"형님, 고맙수. 한장도 안 받구야 어디 보물대감이 내 말을 알아 듣나.

적어도 나는 황태자라고 엄포를 놓아요. 띄워줘 봐요"

"임마, 림가야. 넌 어떻게 그렇게 머리가 새대가리냐? 요새는 시골서 갓
올라온 십대가 인기야.

너,요새 사장님들 병아리 감별사야. 알아? 에이즈 때문에 문닫는
황태자들 많다.

너도 십대는 아니잖아. 정신 좀 채려"

그러자 갑자기 지영웅은 눈물이 글썽해지며 정말 자기는 이미 퇴기 같이
된 신세인가, 서글퍼진다.

그러나 소개하는 형님에게 자기가 요새 얼마나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지를 하소연할 필요는 없다.

"암튼, 나는 한장 안 받으면 안 나갈거야. 바람 맞힐거야"

그러자 그 소대가리 형님은 펄쩍 뛴다.

지영웅이야말로 심술스럽고 화대를 지독하게 따지긴 해도 자기의
명단에는 일번으로 올라 있는 잘 나가는 돈줄이다.

"야 야, 제발 좀 심술 부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요새 에이즈
때문에 장사가 모두 안돼. 알겠어? 아는 손님이나 잘 활용하라구.

그러니까 화대를 올려받구 만나줘라, 한번만. 오늘은 바람놓지 마, 엉?
그 여자 내 단골이야"

소대가리 형님은 정말 생긴 것이 소같이 생겼고, 성이 소씨여서 모두
그를 그렇게 부른다.

그리고 순진한 데도 있고. 아무튼 압구정동 바닥에서 소대가리 형님을
모르는 놈은 지글러 명단에 없는 새치기다.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콜보이 조직도 아니면서, 압구정동의 경기가 살아
불같이 일어난 1970년대부터 있어 온 비밀 조직이다.

그들은 요새 주로 삐삐로 연결되어 있다.

고객에게 넌지시 삐삐번호만 주고 도망칠 일이 생기면 그 번호 자체를
취소해버린다.

그들은 끊임 없이 삐삐번호를 바꾸면서 동서남북 어디고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달려 간다.

그러나 지영웅쯤 되면 멋진 직업까지 갖춘 일류 콜보이에 속한다.

인도어 골프의 배사장은 그가 그런 생활을 하는 것은 모르지만 여성들에게
그만큼 인기가 있고 옷도 철철이 귀공자처럼 갈아입는 데에 가끔 번쩍하고
일어나는 의혹을 품을 때가 많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